©서울아산병원/정상 척추(좌)와 변형된 척추(우)의 그림
나름 건강 자부하고 살던 내 몸에 이런저런 이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피곤하고 기운도 없는 것 같고 운동을 해도 활기찬 느낌이 덜하다.
‘요즘 너무 무리해서 그런가?’
‘운동량이 줄어서 그런가?’
‘이런 게 나이 들어가는 건가?’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몸에 좋다는 음식도 찾아 먹고 운동량도 늘려보지만, 증상이 나아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팔꿈치며 무릎이며 발목까지 관절에도 통증이 생기더니, 저리기도 하고 감각까지 둔해진다.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약을 먹거나 병원 가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내게서 “치료 좀 받아볼까?”하는 말이 나오자, 아내가 바쁘게 움직였다.
천천히 증상을 살피고 되도록 과하지 않은 조치를 해 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척추교정 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문의 전화를 한 당일 저녁 곧바로 첫 시술을 받았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정을 결정한 순간 뭔가 내 병의 원인은 척추에 있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이리 눕혀보고 저리 돌려보고 차렷 자세도 시켜보시던 선생님께서는 흉추와 요추에 심한 측만과 후만 증상이 있다고 진단하신다.
“힘이 없으시죠?”
“관절에 통증이 있으시죠?”
“손이나 발이 저리시죠?”
“화장실을 자주 가시는 편이지요?”
하나하나 물어오는 선생님의 말씀은 모두 내가 느끼는 증상들이다. 아내는 내가 평소 잘 엎드리지 않아서 몰랐는데 한쪽 등이 유난히 튀어나오고 뒤틀린 것이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척추의 병리적 형태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한다.
'우두둑! 우두둑!' 이리저리 비틀어지는 나의 척추가 비명을 지른다. 누르고 주무르고 문지르고 비틀고를 30분쯤 반복하고 일어난 내 몸은 치료 전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한 번에 모든 증상이 나아질 리 없겠지만 통증은 줄고 활력과 기분은 한껏 나아진 것 같다.
선생님은 내 뼈들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천천히 그 위치가 변형된 것 같다고 하셨다. 평소 구부정한 내 자세 때문일 수도 있었겠고 지팡이 짚고 다니는 나의 보행 때문일 수도 있었겠고, 잘못된 운동 습관이나 언젠가의 충격 때문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 뒤틀림의 시작 때엔 몰랐던 변형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신경을 누르고 근육과 장기를 압박하면서 내게 불편함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선생님은 그나마 더 늦지 않게 찾아와서 다행이라며 최선을 다해 치료해 보겠다고 하신다. 목도 허리도 어깨도 굽어가고 있었지만, 천천히 변해가는 그것을 나 스스로는 정확히 느끼지 못했다. 아주 조금씩 오랜 시간을 지나고 처음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상황이 되어서야 난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내 몸 하나 변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변화의 방향성이 좋지 않았다는 것과 그 문제의 본질을 너무도 늦게 알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선생님은 내 증상은 아직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니 열심히 노력해 보자고 하셨다. 두 번 세 번 넘게 시술받은 내 느낌도 희망적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한다. 좋은 변화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변화도 많다. 10년 전 사진 속 내 얼굴도 지금과는 아주 다르다고 한다. 단순히 나이 든 것뿐만 아니라 인상 자체가 변해있다고 한다. 외모도 그렇지만 내 생각도 내가 추구하는 가치도 나의 마음가짐도 나를 채우는 많은 것들이 변했고 또 변해가고 있을 것이다.
척추가 재생 불가능할 정도로 휘어지기 전에 일찍 발견하고 되돌려야 하는 것처럼 천천히 변해가는 나의 많은 것들을 틈틈이 살피고 교정해야 한다. 오늘의 치료가 내게 효과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