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3 Record

2023년 3월 13일 월요일

출근

by 감우

월요일의 서점은 평소보다 바쁘게 돌아간다. 우리 서점은 휴무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데, 전 직원이 쉴 수 없는 단 하루는 월요일이다. 주말에 책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3일 치 주문 건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온다. 신간도 다른 요일보다 많아서, 책을 서가에 꽂고 전산에 등록하는 작업으로 하루를 다 보낸다. 손님들도 다른 요일보다는 월요일에 책을 더 많이 사는 것 같다. 연초, 월초, 월요일, 뭔가가 시작되는 시기엔 본능적으로 책이 사고 싶어지나 보다.


신학기에 폭주하던 주문 건 중 다수의 책이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다시 서가에 꽂혔다. 모든 서비스 매장들이 그러하듯 서점도 노쇼 문제를 피할 수 없는데, 문제는 예약금을 받는다거나 다음 예약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점의 상품은 마진이 얼마 남지도 않으면서, 손님에게 합당한 도리를 요구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 이상한 상점이 아닐 수 없다.


학기가 시작되면 납품이 늘어나는데, 초/중/고/대학교 할 것 없이 각종 공금으로 서점에 책을 대량 주문한다. 납품 건은 주문이 힘든 책들도 어떻게든 (온라인 서점에서 소비자가로 구매해서라도) 구해주는 편인데, 10% 할인까지 해 줘야 하는 이상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들어가는 노동력에 비해 정말 남는 게 없다. 서점원들이 가장 꺼리는 업무 1위가 납품 업무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사장은 생각이 다른 것 같긴 하지만.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오늘 구매했다. 아직 제대로 읽지 못해서 코멘트할 말은 딱히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섹스/라이프'를 보기 시작했다. 안정과 자극이 반의어라는 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과 섹스는 어떨까. 청소년 관람 불가 콘텐츠로 다소 수위가 높긴 하지만, 결혼과 섹스 그리고 섹스 라이프에 대해 꽤 진지한 고민을 해 보게 된다. 나쁜 남자에게 끌리고, 나쁜 남자와의 섹스가 더 강렬하게 남는 이유는 불안을 설렘으로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 안정과 자극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자유지만, 둘 다를 가지긴 매우 어렵다는 것이 얄궂은 현실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는 공평한 우주의 얄궂은 현실이 잘 묘사되어 있다.


남편이 시 필사하는 것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려 보라는 제안을 했다. 나는 "하는 것도 많은데 영상까지 언제 찍어"라고 했는데, 남편은 “하는 게 많으니까 영상을 찍으라는 거지."라고 했다. 난 그냥 인스타나 좀 잘했으면 좋겠다. 브런치도, 인스타도, 올리고 나면 왜 죄다 거지 같아 보이는 건지.

'매일 올려야지!' 하면 퀄리티가 떨어지고, '신경 써서 올려야지!' 하면 하나 올리는 데 한 세월이 걸린다. 뭐가 맞는 걸까? 그래도 오늘은 '꾸준함'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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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오세요 :)

오늘 구매한 책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 그리고 실시간 내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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