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 대하여

좋거나 혹은 안 좋거나

by 감우

요즘 서점에서는 독서 모임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내가 반쯤은 장난으로 우리도 북클럽을 해 보자고 말을 던졌는데 얼렁뚱땅 제1회 독서 모임 날짜가 잡혔다. 마침 하루키 신간이 나왔고, 일곱 명의 직원 중 다섯 명의 직원이 같은 책을 구입했으므로 선정 도서를 고민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나름 북스타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인스타 피드에도 독서 모임에 대한 것들이 종종 올라온다. 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독서 모임에 대해 막연히 상상해 본 적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되게 좋을 것도 같고 되게 안 좋을 것도 같은 양가적 감정에 휩싸이다 결국엔 ‘거 참, 독서를 어떻게 같이 하나?’ 하고 말아 버리는 식이다.


되게 좋을 것 같은 이유는 좋은 것을 함께 보고 싶은 마음이랑 비슷하다. 스무 살 때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약간은 기묘한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저녁에 숙소 근처 밥집에 가서 물회 한 그릇을 먹는데 아마도 회식 중인 것으로 보이는 옆 테이블 사람들이 혼밥 하는 나에게 술잔을 건네왔다. 나는 귀한 꽁술을 달게 받아 마셨다. 우도에 갔을 때는 어느 가게 사장님에게 우도 한 바퀴를 도는 데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나를 본인의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는 순식간에 우도 한 바퀴를 돌며 이것저것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도 우도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혼자 여행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4박 5일의 여행 중 대부분의 시간은 늘 조금씩 아쉬웠다. 우연히 들른 밥집이 만족스러울수록,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아름다울수록, 좋기보다는 아쉬웠다. 오히려 요즘은 다시 한번 혼자 여행을 떠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스무 살의 제주도 여행 이후로 지금껏 다시 혼자 떠난 적은 없다. 그러니까 좋은 책일수록 누군가와 함께 나누면 얼마나 더 좋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되게 안 좋을 것 같은 이유는 독서의 행위에 어떤 의무감이 개입되면 그 활동 자체가 자칫 숙제와 같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무리 같은 책을 읽더라도 그것은 사실 같은 책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혼자 하는 활동이다. 우리는 아무리 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각기 다른 시공간 속에서 읽게 되고, 또 그에 대한 감상 또한 제각각일 것이므로, ‘동일한 활자를 읽었다’라는 사실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타인과 오롯이 공유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책을 같이 읽는다’라는 말은 비문에 가깝다. 같은 책을 들고 여럿이 모여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누더라도, 책에 대한 심도 깊은 사유와 공감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좋았던 문장을 머릿속에 굴리며 홀로 곱씹는 편이 현명하고, 발설의 욕구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차라리 글로 쓰며 다시 한번 사유의 과정을 정리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니까 위의 두 가지 가정은 그야말로 가정일 뿐이고, 그에 대한 답을 알아낼 방법은 직접 경험을 해 보는 수밖에 없다. 독서 모임의 날짜는 10월 11일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는 되게 좋거나 되게 안 좋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어느 쪽이더라도 기대가 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가장 최근에 완독한 책. 이 두꺼운 책 언제 읽나 했는데, 읽기를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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