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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Jun 02. 2024

플로팅 일기_영업시간에 대하여

2024.06.02. 일

2024.06.02. 일


 나는 개인적으로, 장르를 불문하고, 영업시간이 유동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을 정말 싫어한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니까 나도 나만의 기준이 있기 마련인데, 일단 나의 기준은, 영업시간이 유동적인 곳은 믿고 거른다는 것이다. 사정없는 집이야 없겠지만, 그들의 사정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 알 바가 아니다. 내가 무언가를 소비하기 위해 운영 시간 공지를 일일이 확인해 가며 방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소비하지 않기를 선택한다. 그만한 열정을 발휘하면서까지 소비해야만 하는 무언가를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영업시간에 대한 약간의 집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요즘은 대부분 정시 출근하지만 오픈 첫 달은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서 철야도 불사하곤 했는데, 내가 매장에 나와 있더라도 나는 절대 플로팅을 일찍 열거나 늦게 닫지 않았다. 조금 이른 시간에 플로팅 앞을 지나가는 손님 혹은 조금 늦은 시간에 이 골목을 지나치게 되는 손님 몇 분을 놓친다 하더라도, 누구나의 인식 속에 저곳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12시부터 저녁 7시까지는 정확하게 열려 있는 곳이구나 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정답은 나도 모른다. 일전에 말했듯, 정답이 없는 문제에서 정답을 찾는 법은, 결국 나만의 답을 찾는 것뿐이라고 믿기에, 나만의 답을 찾았던 것뿐이다. 하지만 플로팅을 세 달 정도 운영해 보니 약간의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손님 몇 분을 놓치더라도'라고 호기롭게 말하긴 했지만, 내가 과연 몇 분의 손님을 놓치고 있는 걸까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다 싶다. 그래서 6월은 다양한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공식 영업시간은 여전히 화-일/12-19시로 동일하지만, 요일에 따라 조금 일찍 열어도 보고, 조금 늦게 닫아도 볼 생각이다.


 나는 애매한 것은 딱 질색인 인간이라, 조금이라 해도 앞뒤로 1시간을 생각 중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8시까지 연장 영업을 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들어와 주셔서 첫날부터 당황스럽긴 했다. 재미있게도, 7시 이후 들어온 손님들은 전부 책을 사 가셨는데, 오늘 하루의 우연인지, 신뢰할 만한 데이터인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동절기 하절기의 운영시간을 나눈다거나 주말과 평일의 운영시간을 나누는 것은 여전히 다소 부정적이고, 현재 고려 중인 옵션은 현 상태 유지 혹은 월-화 휴무 + 수-일 11-20시 영업 두 가지를 놓고 테스트해 보려 한다.


 실험의 결과가 궁금하신 분들은 플로팅 일기를 주목해 주세요! >_<

어제 남편이 찍어온 재미난 사진! 오늘 인스타그램에도 운영시간 관련 실험에 대한 공지를 올리며 이 사진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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