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 금지 순기능 세 가지
지난주 최강 야구 이야기를 쓴 것이 어딘가에 노출이 된 것인지 조회수가 폭발했다. 하루 만에 몇 천 명이 읽었는데 하트 수는 전혀 늘지 않았다면, 나 이쯤에서 활자 배설 그만둬야 하는지도. 그래도 뭐, 일단 계속 써 보기로 한다.
얼마 전, 플로팅 일기에 징징 금지 선언을 한 적이 있는데, 징징 금지 선언을 한 데에도 이유는 있었다. 일단 쓸데없이 징징대는 나 자신이 꼴 보기 싫어졌고, 주변에서 "요즘 많이 힘든가 봐." 하는 얘기를 연거푸 들으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굉장히 기특하게도 징징 금지 선언 이후로 징징거리기를 정말로 뚝 끊었고, 오늘은 징징을 멈추고 얻은 순기능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징징거리기를 멈추면 기세가 올라간다.
잠깐 다시 최강 야구 이야기를 해 보자. 오주원은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볼을 던지려고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어.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했는데 실수할 때가 있을 뿐이지." 오주원은 성적과 상관없이 늘 자신만만한 태도로 일관하며, 징징거리는 법이 없다. 몬스터즈 멤버들은 그를 보며 '멘탈이 강하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것은 일종의 비아냥일 때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지고 있는 순간조차 당당함을 잃지 않는 그가 얄미우면서도 결코 불안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좀처럼 무너지는 법을 모르는 사람의 기세는 지더라도 꺾이지 않는다. 꺾이지 않는 기세는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기세가 싸움의 전부라는 말은 기세가 반드시 승리를 가져다 주어서가 아니고, 지더라도 지는 게 아닌 효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징징을 멈추자 내가 바라보는 나도, 남이 바라보는 나도, 불안감이 사라졌다.
2. 나를 좀 더 사랑하게 된다.
징징거리는 행위는 애써 부족한 모습을 찾아내 부각하는 행위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징징거리기를 멈추기로 했다면, 원래 징징이 들어갔을 자리에 다른 말들을 찾아 꺼내야 한다. 보통은 "오늘 손님이 한 명밖에 안 왔잖아, 곧 망할 거야"라고 말했을 상황에 "오늘 매출 0원일 줄 알았는데 막판에 개시했잖아, 대박!"이라고 말한다면 어떤가. 전자보다는 후자처럼 말하는 나 자신이 조금 더 멋지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나를 좀 더 사랑하게 될 수밖에.
3. 남들의 시선이 달라진다.
1번의 기세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인데, 내가 좋은 이야기들만 한다면 당연하게도 남들은 좋은 이야기만 듣게 된다. 기세라는 건 사실 타인이 나의 기세를 느끼고 인지했을 때에 비로소 효력을 발휘하는 것인데, 징징거리지 않음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나를 보며 내가 오주원을 보며 느꼈을 때와 비슷한 감상을 느끼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졌을지 몰라도 다음엔 이기겠구나, 다음에 또 지더라도 무너지지는 않겠구나.'
그래서일까, 징징 금지 선언을 한 이후로 "요즘 플로팅 잘 나가던데?!"소리를 많이 듣게 되었다. 기세라는 건 어쩌면 결과와는 크게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인생이 되도록 희극적으로 흘러가길 바란다. 내가 풍자나 자조적 유머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것들이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는 마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겁기보다는 가볍게 살고 싶다. 어떤 일에 굳이 목숨까지 걸고 싶지는 않다. 매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아무튼, 징징거리면서 사는 것보다는 징징거리지 않으면서 사는 쪽이 좀 더 멋진 것 같긴 하다. 패배하고, 실패하고, 망해 버리는 것은 견딜 수 있지만 멋이 없는 건 좀 그렇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