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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Jun 28. 2024

각자도생보다 공생의 힘을 믿어보기

왜냐하면 이쪽이 더 신나니까!

 브런치 연재북은 글이 30개까지만 발행된다는 걸 얼마 전 알게 되었다. 별생각 없이 연재를 하고 있었는데 끝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니 처음부터 목차 기획을 꼼꼼히 해서 들어갔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뒤늦게 들기도 한다. 어차피 너무 긴 글은 완독률이 높지 않으니 지금부터라도 목차를 정한 뒤 20회 정도에서 마무리할까 생각해 보았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 글을 20회에 끝낸다고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찾아 읽겠는가. 그래서 그냥 30회까지 가 보기로 했다. 갈 수 있는 한 가장 먼 곳으로 가 보기로 한다.


 그러니까 연재북 <내가 진짜 사장이 되다니>는 10월 18일 막을 내린다. 그맘때쯤이면 더운 여름은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8개월 차 사장이 될 그날이 오면 제법 사장다운 사장이 되어 있을까 생각하며 괜스레 설레기도 한다. 플로팅을 시작하고, 미래를 통제하려는 욕구를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내려놓기로 했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의 범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는 사실을 비로소 시인한다. 아주 포기하니 오히려 평안이 찾아온다. 예상이 사라진 자리를 기대가 채운다. ‘그때쯤 완전히 망해 있을지도'하며 깔깔 웃기도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망할 것 같지가 않다. 도무지 자신이 없다, 망할 자신이.


 나는 각자도생보다 공생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혼자보다 함께가 낫다는, 어쩌면 당연했던 사실을 플로팅을 오픈한 뒤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집의 소중함은 집을 떠나야 비로소 알 수 있게 되는 것처럼, 혼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함께의 소중함을 깨우친다. 그런데 사실 자본주의의 경제 원리 자체가 결국은 공생에 의해 돌아가는 것 아니었던가? 나 혼자서만 벌 수 있는 일은 존재할 수 없고, '투자'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돈의 집행이 결국 누군가의 배 또한 불리운다. 그러니까 공생의 힘을 애써 믿을 필요도 없이, 우리 모두가 공생이 당연한 세계의 주민이었던 것이다. 플로팅을 운영하며, 유통 중심으로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하며, 그 당연했던 사실을 이제야 비로소 체감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 더욱더 적극적으로, '함께'를 외쳐 보려 한다. 남의 이익을 나의 이익보다 결코 경시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나보다 뛰어난 제작자들과, 곁에서 달리고 있는 주변 사장님들과, 열심을 다하는 브랜드들과 다 함께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다고 믿는다. 그쪽이 나 혼자 잘 되려고 하는 쪽보다 훨씬 더 크게 잘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통업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확실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여럿을 품어 안는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다. 그러니까 유통은 공생 그 자체가 된다. 나로 인해 부자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나는 당연히 부자가 될 테니, 망하려야 망할 수가 없지 않은가.

"잘 팔아 보겠습니다!" "잘 팔아 주십시오!" 힘찬 인사를 나누며, 오늘 입고된 엽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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