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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May 31. 2017

보통날의 역사

2017년 5월 30일 화요일

#1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조언의 말을 내뱉는 일이

사실은 얼마나 주제넘은 일인지.

어쭙잖은 위로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상처받았을지.

괜찮다, 위로하고 싶지는 않다.

행복해질 거라, 희망을 주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나도 그런 순간이 있었노라고

너의 상처가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고

누구나 상처 하나쯤 지니고 사는 거라고

가만가만 이야기해주고 싶을 뿐이다.

그런 글을 쓰고 싶을 뿐이다.


#2

엄마는 내가 행복한 경험을 재산처럼 물려받은 남자를 만나기를 바랐다.

나는 그가 상처가 많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의 나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곱씹느라 밤잠을 설쳤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 상처받은 밤들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의 말을

마음으로 들어줄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노라고 생각했는데

한 사람의 경험이라는 것이 얼마나 얕고 조악한 것인지,

여전히 나는 곧잘 잊곤 한다.

내 섣부른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일을 항상 조심해야지.

발설의 욕구를 다스리려 끊임없이 노력해야지.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 나는 얼마나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주워 담을 수 없는 것들을 뱉어내기만 하는 일에 얼마나 열심인 사람인가.


#3

그저 보통날이었고, 어제와 같은 하루였다.

아프게 나를 떠나갔던 쭈쭈가 생각났고,

빠른 속도로 나이 들어가는 베리가 생각났고,

노쇠한 할머니의 오늘이 걱정되었다.

생명이란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죽음 앞에 우리는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죽음은 얼마나 가까이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곧 죽을 듯이 아파하던 나는 쭈쭈를 보내고도 행복한 순간이 참 많이도 있었다.

죽음이 우리를 훑고 지나갈지라도 우리는 다시 웃고, 다시 보통날을 산다.

조금은 우습기도, 조금은 씁쓸하기도, 조금은 서글프기도...


#4

매일 지나가는 출근길에 이른 아침부터 건물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두부를 움켜쥐어 부서트리듯

그토록 쉽게, 너무나도 허무하게 한 건물이 무너진다.

셀 수 없는 이들의 수많은 역사가 담겼을 건물은 반나절만에 사라지고 없었다.

붕괴의 현장은 보통의 어느 날, 어제 걸었던 그 길목에서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일어났고, 나는 목격자가 되었다.


#5

눈물이 날 때 눈물을 참지 말기를,

슬픔이 밀려올 때 슬픔을 외면하지 말기를,

행복이 다가오면 걱정 없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기를.

완벽한 위로는 없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도록,

슬픔이 올 때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행복한 순간에 아낌없이 기뻐할 수 있도록,

그저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6

결국엔 너도 죽겠지.

결국엔 나도 죽을 테고.

네가 죽고도 나는 또 웃겠지.

내가 죽어도 너는 또 웃을 테고.

야속하고도 다행스런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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