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텅 빈 시간들이
침착하고 조용하게, 하지만 빠르게 흘러갔다.
흐르는 시간이 아까우면서도, 그럴수록 더욱 최선을 다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언제 또 이토록 고요한 시간을 만날 수 있을까.
사람을 만나는 일, 사람을 사귀는 일,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
이 모든 것이 버겁고, 힘겹고, 짜증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때론 내 일상의 활력소였고, 때론 가장 신나는 일들이었다.
서서히 찾아오는 변화가 조금 서글프기도 했다.
무력감이라는 웅덩이에 나도 모르는 새 무릎까지 빠져 든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