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1. 금
주말에는 비 소식이 예고되었으므로, 탐스러운 벚나무를 볼 수 있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벚꽃에 환장을 하며 달려드는 이유는 바로 이 짧은 생명력에 있다. 딸기맛 팝콘 같은 벚꽃들이 나무에서 떨어져 거리를 뒤덮고 나면, 벚나무에서 올라오는 초록 잎들이 여름을 몰고 올 테다. 그러니 오늘은 벚꽃의 마지막 날이자 봄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다. 오늘은 나 같아도 플로팅 같은 구석 골목보다는 벚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꽃길에 머물고 싶겠지. 그러니까 오늘은 손님이 없더라도 이해해 주기로 하자. 플로팅에서는 벚꽃을 볼 수 없는 것을 어쩌겠나.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매출은 이번 주 평일 중 가장 높게 마무리되었다. 서점 동료들이 어제 예약해 둔 피규어를 사러 와 주었고, 며칠 전 젓가락 받침을 구매해 가셨던 손님이 오늘 또 오셔서는 젓가락받침과 다른 물건들 이것저것을 더 사 가셨다. 한참 전 방문했던 손님이 오랜만에 다시 오셔서 새로 들어온 물건들을 여럿 골라 가셨고, 플로팅의 문장 키링이 낡아 바꿀 때가 되었다며 문장 키링을 추가로 하나 더 구매해 가셨다. 그 손님은 플로팅의 문장 키링을 핸드폰에 걸고 계셨다. 또 어느 손님은 인스타로 항상 보고 있었는데 오늘 처음 오게 되었다고, 예쁜 게 너무 많아 나가기가 싫어진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하시며, "또 올게요!"라는 반가운 인사를 남기고 떠나셨다. 벚꽃을 보러 온 김에 지나다 들른 손님은 거의 없었지만, 플로팅을 위해 먼 길을 와 주신 손님들이 매출을 높여 주고 가셨다. 이런 분들이 계셔 주신다면 겁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다.
플로팅은 재방문 비율이 높고, 외국인보다는 한국인 손님이 많은 편이다. 플로팅의 고객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이 주를 이룬다. 참 신기한 일이다. 내가 플로팅을 시작하며 목표로 두었던 것들, 타깃으로 두었던 고객들이 플로팅을 채워주고 있으니 말이다. 관광객은 확실히 지갑을 쉽게 연다. 그래도 나는 외국인보다는 한국인에게 인정받고 싶다. 멀리 있는 분들도 좋지만, 가까이 있는 분들이 생각날 때마다 들러도 질리지 않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 아이보다는 어른에게 인정받을 물건들을 판매하고 싶다. 이렇게 목표를 잡은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인이 인정해야 외국인들도 인정한다고 믿으니까. 동네 사람들이 보증해 줘야 먼 곳에서도 찾아올 거라 믿으니까. 어른이 인정하는 물건들을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는 동경할 거라 믿으니까.
플로팅에는 일본 문구들이 많다. 솔직히 일본이 문구를 정말 잘 만든다. 실물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주문을 해야 하는 경우라도 품질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 한 번도 하자품을 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기준은 있다. 나는 품질이 좋은 일본 문구를 판매하고 싶은 것이지 플로팅이 일본의 문구점 혹은 일본 상점처럼 보이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문화가 담겨 있는 디자인은 되도록 지양한다. 디자인적으로 일본어를 사용한 제품도 셀렉하지 않는다. 한국의 문구 브랜드, 한국의 공예 작가들을 발굴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플로팅에는 텍스트가 굉장히 많은 편인데, 상품의 이름 정도만 제외하면 모든 안내를 한글로만 한다. 한국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가게가 외국인 입장에서는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모습으로 보여질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재방문 비율이 높고, 외국인보다는 한국인 손님이 많고, 다시 올 때는 친구를 데려오는 여러분들이 있어 나는 플로팅의 사장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오늘은 더더욱 그렇다.
플로팅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라고 있다. 더디지만 확실하게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