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고객을 100% 만족시키는 법

2025.05.16. 금

by 감우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무섭게 내렸던 금요일. 오늘은 진짜 닥치고 일이나 해야겠다 마음먹고 일찌감치 출근했으나 오픈시간 전부터 손님이 들어오신 것을 시작으로 옆 건물 사무실 분이 생일이신 것인지 뭔지, 아무튼 단체로 선물 쇼핑을 해 가시지를 않나, 여러모로 반전에 반전이었던 하루.


아랫집 사장님이 나한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사장님은 아무거나 잘 사잖아요.", "사장님은 아무거나 잘 팔잖아요."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데, 나는 스스로를 매우 까다로운 소비자이자 판매자라고 생각하나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기준이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아무튼 적어도 내 사전엔 '아무거나'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미리 밝혀둔다.


각종 사업과 마케팅 관련된 책들을 열심히 읽어치우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갖고 싶은 거 말고, 고객이 갖고 싶은 걸 팔아야 성공합니다." 이 문장은 각종 사업과 마케팅 관련 책들의 단골 멘트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내가 갖고 싶지 않은 걸 대체 어떻게 판다는 건지.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럼 사장님은 플로팅에 있는 물건 다 사요?" 이건 서점 주인에게 "여기 있는 책 다 읽으셨어요?"라고 묻는 것만큼이나 바보 같은 질문이다. 플로팅에서 스큐가 가장 적은 품목이 책인데, 나는 그마저도 당연히! 다 못 읽었다. '내가 갖고 싶은'이라는 문장에 현재 혹은 과거만을 대입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사고이고, 'if'를 적극 활용해야만 한다. '만약 내게 아이가 있다면 이걸 사 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내가 갖고 싶은'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만약 내게 서재가 있다면, 만약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신혼부부의 집들이를 가게 되었다면. if 뒤에는 어떤 문장이든 올 수 있다. 지금의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언젠가의 나에게는 필요할, 과거의 나에게는 필요했던, 특정 조건이 충족된다면 필요해질, 적어도 세 가지 중 하나는 충족이 되어야 팔 자격이 생긴다고, 나는 여전히 믿는다.


각종 사업과 마케팅 관련 책들에서 위 문장보다도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타깃은 되도록 뾰족하게 잡아야 합니다. 전체를 아우르려 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좁은 타깃을 설정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가장 좁은, 그 누구도 나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지 못했을 타깃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그런데 이 좋은 타깃을 두고 대체 어디서 엄한 타깃을 정해온단 말인가. 나를 100% 설득할 수 있다면, 적어도 나와 비슷한 소비 성향을 가진 사람들만큼은 90% 이상의 확률로 설득 가능하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이만큼 확실한 전략이 또 어디 있을까.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포인트는 내가 소비를 할 때다. 나의 타깃이 어디서, 어떤 물건에, 얼마의 돈을 기꺼이 지출하는지, 소비를 결정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어떤 포인트에서 망설이고, 어떤 포인트에서 과감해지는지, 재구매 심리는 언제 어떻게 유발되는지, 판매자의 어떤 태도에 감동하는지, 판매자의 어떤 태도에 불쾌해하는지, 소비의 모든 순간을 가장 가까이서 면밀히 지켜볼 수 있는 특혜는 덤이다. '아, 나 저거 도매가 아는데, 저 가격에 사는 거 개 아깝네.' 같은 생각을 하면서 소비를 망설이면 나는 타깃 고객 데이터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건 일반 소비자가 하는 고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플로팅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순도 100%의 소비자로 돌아가서 오직 소비자의 눈으로만 물건을 봐야 한다.


하지만 진짜 소비의 시작은 물건을 사서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눈으로 보았을 때 예쁜 것이 사용할 때도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누적된 경험으로 알고 있다. 또한 나는 지독한 실용주의자라 쓰지 않을 물건에는 절대 돈을 쓰지 않는다. 플로팅이 상품 한 개의 마진을 포기하고 샘플을 마련해 놓는 이유는, 손님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사용해 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은 가게에 언제나 쓸 수 있는 샘플이 있으므로 만족스러운 상품일지라도 내 것을 따로 챙기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만약 내가 내 몫으로 새 상품을 꺼내 들고 플로팅을 나선다면 그 상품은 누가와도 팔 자신이 있는 무적의 아이템이 된다. 타깃 고객을 120% 만족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내가 가지고 싶지 않은 것 말고 고객이 가지고 싶은 것을 팔 수 있는 방법을. 아니 그러니까, 고객이 가지고 싶은 것을 대체 어떻게 알아내는 건데요. (하지만 새삼 당부드리는 바, 제가 요령이 없는 탓일 수도 있으니 저의 사례로만 읽어 주십시오.)

저는 솔직히 저런 문장 쓰여 있잖아요...? 무조건 사.... ^^ (내가 호갱잉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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