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의 선물 뽑기

2025.05.19. 월

by 감우

확실히 월요일쯤 되면 피로가 누적되었다는 사실이 피부로 체감되기 시작한다. 오늘은 늦게 일어난 것도 아닌데 괜히 미적대다가 걷기도 귀찮아서 킥보드 타고 출근.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 선물 뽑기 비행기 접기. 선물 비행기는 선물을 미리 정해놓고 준비된 선물의 수량에 맞춰 접는 편인데, 선물 비행기 소진 속도도 점점 빨라져서 이번엔 좀 더 넉넉히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종이비행기 40개 접기! 요즘 각종 데이터 모으는 데 재미가 들려서 종이비행기 40개 접는데 얼마나 걸릴까를 실험해서 릴스로 만들어 볼 생각이었는데 타이머 키는 걸 까먹어서 실패 ^^ 쩝, 궁금했는데. 대략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음.


플로팅의 꽝 없는 선물 뽑기는 이제는 플로팅의 전통이 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초창기의 나는 손님들에게 말 걸 명분 만들기에 진심이었다. 손님들이랑 유대감을 형성하고 싶긴 한데, 다짜고짜 말 붙이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고(내가 다짜고짜 말 붙임 당하는 걸 너무 싫어함...), 재미난 아이디어 없을까 고민하다 떠올린 게 선물 뽑기였다. 3만 원 이상 구매하신 분들께 선물 뽑기에 대한 설명을 하며 자연스럽게 말을 붙일 수 있고, 내 손으로 직접 뽑아 나오는 선물을 가져가기 때문에 어떤 선물이 나오든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아무튼 공짜로 뭔가를 받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손님들은 너나없이 좋아하신다.


사실 3만 원 이상의 기준이 높다고 볼 수는 없는데, 그때마다 선물을 줘야 하는 나는 오히려 손해이지 않냐고? (장사꾼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합니다. 아시잖아요~ ^^) 선물 뽑기에 들어가는 선물은 플로팅에서 판매를 종료하고자 하는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플로팅은 이유 없는 세일을 지양하는데, (안 팔리는 거 세일로 빼는 시도를 해 보았지만 성과 없었음) 그렇다고 안 팔리는 상품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새로운 물건을 둘 자리가 없어진다. 상품의 회전을 위해 쳐지는 상품들은 주기적으로 빼 줘야 하는데, 이것을 선물로 돌리면 손님들은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아 좋고, 나는 판매하지 않는 상품을 처리할 수 있어 좋은데, 여기서 손님들에게 말 붙일 거리가 생긴다는 점과 플로팅이 인심 좋은 가게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덤으로 따라오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플로팅에서는 절대! 이상한 상품을 선물로 드리지 않습니다. 저는 일기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허접한 걸 선물할 바에는 선물을 안 하는 게 낫다 주의인 인간이고요, 그래서 B급이나 샘플 같은 것은 아무리 멀쩡해도 절대 선물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그냥 조건 없이 드리거나 차라리 세일 판매를 해요. 그건 이유 있는 세일이니까요.


선물 뽑기 이벤트를 시작한 후로 나는 좀 더 과감하게 아니다 싶은 물건들을 빼고, 빈자리를 새 상품으로 채우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플로팅의 방향성과 주력 상품들이 정말 많이 좁혀졌다.


나는 플로팅이 '믿을 수 있는 상점'으로 각인되길 바란다. 플로팅 앞에 붙을 수 있는 모든 수식어 중 단 하나만을 고르라면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믿을 수 있는'을 고를 것이다. 나는 무엇이든 팔 수 있지만 '믿을 수 있는'이라는 수식어에 저해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팔지 않는 선택을 한다. 모든 기준은 상대적이겠지만, 나의 진심이 조금이나마 손님들에게도 가 닿길 바랄 뿐이다.

IMG_6740.JPEG 솔직히 진짜 귀찮지만.... 종이비행기 디테일은 포기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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