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나의 힘

미숙함을 고유함으로 승화하기

by 감우

내가 플로팅을 시작하며 이것만은 지켜야지 다짐했던 것들이 있다.

1. 어떤 데이터든 앞서 예측하려 하지 말 것.

2. 사후 데이터는 반드시 수집하여 정리할 것.


AI의 보편화로 인해 각종 데이터의 예측과 활용이 수월해졌다. 데이터 예측의 중요성을 다룬 책들을 몇 권 읽기도 했다. 데이터 수집과 예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하는 콘텐츠들이 늘어났고, 그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유튜버들이 셀 수 없었고, 찾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못 찾을 정보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저런 개인적인 경험들과 내가 처한 상황, 나의 역량 등을 고려하여 데이터 예측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00%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들을 찾고 고민할 시간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가 나의 운영 철칙이 되었다. 나는 팔릴 만한 상품을 함부로 예단하지 않았고, 아무개 집 잘 팔리는 상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요즘 핫한 아이템을 검색창에 적어 넣지 않았다. 오히려 의식적으로 정보를 제한했고, 최대한 많은 것들을 오직 내 안에서 길어 올리려 노력했다. 그렇게 구성된 플로팅의 상품들을 다른 누구도 아닌 플로팅의 고객님들이 검증해 주었다. 손님과 나와 플로팅이 핏을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최대한 많은 것들을 오직 내 안에서 길어 올리려 노력했기 때문에 사후 데이터 수집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내가 선택한 상품을 손님들에게 검증받는 것처럼, 나의 크고 작은 결정 일체는 데이터를 통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했다. 데이터 수집도 일종의 기술인 것인지 반복할수록 조금씩 체계가 잡혀갔다. 데이터가 누적되는 과정에서 보완할 부분이 발견되고, 더할 것과 뺄 것이 추려지며, 수집의 형태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했다. 플로팅은 크게 보면 세 가지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금전/판매/고객반응]이 그것이고, 달이 거듭될수록 그 안에서도 조금씩 세분화되었다. 각종 데이터의 월간 통계를 내는 일은 새 달이 시작되었음을 공식화하고 마음을 새것으로 갈아 끼우는 동력이 된다.


막연히 생각만 할 때와 수치적인 데이터를 눈으로 확인할 때의 결과치는 제법 자주, 제법 큰 차이를 보인다. 모든 문제 해결의 첫 단계는 '문제 파악'이므로, 사후 데이터 수집을 문제 파악 단계라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번 달 흑자 혹은 적자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이번 달 어떤 제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었는지, 이번 달 방문 고객이 총 몇 명인지, 몇 분의 고객이 결제까지 하고 나갔는지 등의 데이터들을 정확한 수치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그것을 알지 못할 때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다. 단순한 매출 현황 너머의 지표를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암흑뿐이었던 길 위에 조금씩 빛이 비치는 듯했다.


나의 선택이 야기한 결괏값의 수치화된 데이터들, 내 입맛에 따라 조금씩 발전된 데이터 수집 기술은 플로팅이 망하더라도 그 가치를 잃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만약 플로팅에서 흑자 전환에 끝내 실패하고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 과정에서 얻은 유무형 데이터의 집합은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플로팅은 지금껏 대체로 절망적인 데이터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통계를 확인하며 머리를 싸맨 순간이 셀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데이터 수집에 나날이 열과 성을 더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내게 남는 것은 이것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연히 데이터 전문가가 아니고, 데이터 수집법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 일도 없다. 경험을 통해 필요를 느낀 데이터들을 지극히 주관적인 형태로 수집했을 뿐이다. 그러니 이것은 결코 정답이 아니다. 내가 데이터 수집보다 우선하여 세웠던 제1원칙, '어떤 데이터든 앞서 예측하려 하지 말 것.'은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바보 같은 말일 수도 있다. 나 스스로도 일정 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면이 있다. 내가 데이터를 예측하지 않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데이터 예측에 자신이 없어서였다는 사실을 나 자신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미숙함까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고유함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플로팅에서 파는 상품을 누군가 따라 팔 수도 있다. 플로팅에서 제작한 상품을 누군가 따라 만들 수도 있다. 그러지 않으면 좋겠지만,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내가 수집하고 축적한 데이터, 그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들, 그 화살표를 따라 점점 더 선명해질 플로팅의 고유한 색깔은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2024년 5월의 플로팅. 이 안에도 살아남지 못한 상품이 얼마나 많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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