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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ar 26. 2022

포켓몬 마스크? 그게 뭔데?

불과 얼마 전, 아이들이 포켓몬 빵에 흔들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썼건만.


https://brunch.co.kr/@im1creep/116



아이들의 마음을 새롭게 흔든 포켓몬 관련 아이템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포켓몬 마스크다.

각종 포켓몬스터의 캐릭터가 랜덤으로 그려져 있는 마스크라고 한다.


"학교랑 학원에 포켓몬  마스크 쓰고 오는 애들이 단 말이에요."라고 큰 애나 작은 애나 한두 번 말할 땐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는데, 오늘 빵집에서 아이들이 옆에 지나가는 모르는 아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래. 저거야, 저거! 저게 바로 포켓몬 마스크야."라고까지 정성스레 알려주면서 집요하게 사 달라고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마음이 흔들린다.

에미 눈에는 마스크에 그림 하나 그려져 있을 뿐이구만 그게 그렇게 핫하다고라고라?

포켓몬 마스크 (이미지 출처: 쿠팡)


검색을 하고 일단 한 상자를 주문을 해본다.

애들이 '얼굴에 안 맞는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 불편하다' 등등의 핑계를 대며 안 쓰는 마스크들이 집에 한가득인데, 과연 포켓몬 마스크는 깐깐한 마스크족 둘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가 아니고 유행을 좇지 말고 주체적으로 살 수는 없겠니? 쫌???




그러고 보니 큰 아이 6살 때 일이 생각난다.


내가 회사에 있는데 친정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얘, 요새 유행하는 팽이 검색해서 주문 좀 해라. 동네 애들이 모여서 팽이를 하는데 건이가 팽이가 없어서 무시를 당했잖니."

"엄마, 무슨 팽이인지 알아야 검색을..."

"약간 쇠로 된 팽이인데, 대결도 하고... 하여간 요새 인기인 팽이래. 검색을 해봐. 검색하면 나올 거 아냐."

 

'팽이'

'남아 팽이'

'6살 팽이'

'쇠 팽이'

등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했다. 애들이 노는 현장이라도 봤어야 뭘 찾지, 말로만 들어서 찾으려니 내가 지금 뭘 찾는 건지도 모르겠다. 근무 시간엔 전화나 메신저로 업무 요청이 많이 와서 진득하니 검색할 시간이 부족하여 대강 앞에 나오는 팽이 사진을 캡처하여 친정 엄마에게 보냈다. 엄마는 그거 같다고 하신다. 후딱 주문을 하였다.


동네에 가서 놀고 있는 애들이 있으면 구경이라도 할까 했지만 내가 퇴근하는 시간은 8시 근처라 모여 노는 아이들이 없었다. 집에 들어갔더니 엄마는 여전히 씩씩대며 낮에 있었던 상황을 알려 주셨다.

"너 환이 알지?"

환이는 우리 아이 건이와 같은 유치원 친구다. 건이가 반갑게 인사할 때마다 쳐다만 보고 알은체를 안 하는 아이다. 같은 유치원 친구 연이에게는 인사를 잘도 하면서 건이가 인사하면 째려보듯이 쳐다만 보고 있으니 건이의 할머니가 보기엔 영 언짢았을 것이다.  


"오늘 환이가 동네 형들이랑 팽이 싸움을 하는데 건이가 옆에서 구경을 하니깐 그 팽이 있는 사람만 올 수 있다고 가라는 거야.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그거 하여간 주문했지?"


팽이가 도착했다. 아이는 신이 났다. 다음 날 친정 엄마는 또 씩씩대며 전화를 하셨다.

유치원 끝나고 건이가 새 팽이를 들고 팽이 대결장에 갔는데 이번엔 그 팽이가 짝퉁이라고 무시를 당했단다. 팽이를 놓지도 못하게 했대서 아이가 주눅이 들어 집에 왔다는 거다.


이쯤 되니 검색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퇴근길에 나는 폭풍 검색을 했다. 쇼핑 사이트뿐 아니라 지역 카페, 맘 카페 등등의 사이트에서 요즘 유행하는 팽이가 뭔지 찾아보았다. 그것은 바로 이름도 생소한 베이 블레이드 (Bay Blade)였다.


값도 비싸고 종류도 오지게 많았다. '뭘 사야 되는 거야? 이게 뭐라고 애들한테 무시를 당하냐.' 나는 속으로 궁시렁대며 베이 블레이드를 주문했다.


베이 블레이드 (이미지 출처: 지마켓)


베이 블레이드를 받고 보니 내가 처음에 주문한 짝퉁 팽이가 왜 대결에 끼지 못하는지 알 수 있었다. NIKE를 따라한 NICE라 무시당하고 뭐 그런 개념이 아니었다. 베이 블레이드는 3단을 끼워 만드는 팽이다. 팽이를 줄에 끼워 대결장에 탁 놓고 두 팽이 중 누가 분리되지 않은 채 오래 도는지를 가리는 대결이다. 그런데 내가 주문한 팽이는 분리 자체가 되지 않는 팽이였다. 그러니 대결이 성립되지 않는 게 당연했다.


NIKE 짝퉁 NICE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베이 블레이드를 얻었으나 이미 상처받은 아이는 베이 블레이드를 들고 나가지 않았다. 집에서 3살짜리 동생과 대결을 펼치려고 동생에게 조작 방법을 가르칠 뿐. 물론 동생이 너무 어려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집에서 엄마, 아빠와 대결을 펼쳤다.

 



베이 블레이드를 시작으로 터닝메카드, 고무 딱지, 포켓몬 카드 등 많은 유행템들이 우리 아이들을 거쳐 갔다. 그중에는 아이들이 열광하는 물건도 있었고 조금 갖고 놀다가 시들해진 물건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열광할지 아닐지를 알기 위해서는 결국 그 물건을 갖고 놀아 봐야 알 수 있으니, 무조건 유행을 좇지 말라고만 할 일도 아닌 듯하다. 겪어보고 시행착오를 거쳐 봐야 자신의 취향과 관심을 알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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