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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05. 2022

싸이월드의 추억은 쓸모가 있을까?

4월 2일부로 싸이월드(Cyworld)가 모바일 앱으로 재개되었다. 2년 반 만에 열린 싸이월드다. 그동안 서비스 오픈 일정이 수 차례 연기되었던 지라 과연 싸이월드가 제대로 재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번 서비스 재개도 접근 가능한 데이터가 하나도 없이 로그인만 가능한 것이라 의미가 없다. 사실상 반쪽짜리 오픈이다. 운영업체 싸이월드 제트는 "휴면계정에서 복원된 사진첩을 올리는 과정에 트래픽이 몰리면서 대기상태가 된 상황으로, 3∼4일씩 복원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SBS 뉴스)


3일이 지난 4월 5일 현재도 데이터는 없다. 알면서도 싸이월드 앱을 깔아봤다. 일단은 로그인이라도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두고 싶었다. ID는 다행히 기억하여 ID (현재는 쓰지 않는 이메일)를 넣고 비밀번호는 기억나지 않아 실명 인증을 한 후에 비밀번호 재설정을 하였다.


드디어 로그인을 하니 일촌들과 미니룸이 나타난다.

반갑다, 미니룸! 나 미니미랑 미니룸에 애착도 없었는데 막상 미니룸을 마주하니 왜 이리 반가운지.


세상 쓸데없지만 재밌었던 미니룸 꾸미기


그러나 다이어리와 사진첩이 열리지 않은 싸이월드는 의미가 없다. 다이어리의 글과 사진첩의 사진이 있어야 온전히 추억 여행을 할 수 있으니까. 단순히 그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그때의 감정과 정서를 다시금 느끼고 싶어서 이토록 많은 이들이 싸이월드 오픈에 질척대고 있을 것이다.

(나를 비롯하여...)



그런데 여태 없이 살았던 것들, 막상 열리면 쓸모가 있을까?


물건도 그랬던 경험이 있다. 상자에 잘 넣어 보관한 물건을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다가 이사 갈 때에서야 '이런 게 있었네? 몇 년 모르고 살았으면 버려도 되는 거잖아?'라고 생각했다. 막상 버리려면 아깝지만 안 보면 있었는지도 모르는 물건들.


친구들에게 받았던 편지, 사진, 일기장도 나의 10대 시절 추억의 산물이다. 그러나 추억 들추기는 가끔이면 충분하다. 특히 청소년 시절 일기장은 맨눈으로 볼 수가 없다. 세상 모든 고민과 절망은 내가 다 이고 지고 살았던 것 같다. 사실 옛 일기장을 들춰본 것은 뭔가 쓸 만한 내용이 있을까 싶어서였는데, 세상에, 쓸 만한 내용이며 표현은 아무 데도 없었다!


10대 때는 나름 진지하게 썼는데 왜 지금은 못 봐주겠는가? 그건 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었고, 상태가 바뀌었다.


그러니까 나의 20대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싸이월드의 데이터가 열린다면 그 당시의 '갬성'을 느끼기보다, 아마도 매우 오그라들고 부끄러울 것이다.

(10대 때 일기장을 봤을 때보단 덜하겠지만.)


그래도 진짜 부끄러운지, 아니면 견딜 만한지는 직접 봐야 안다. 싸이는 내가 최초로 타인 앞에서 글을 쓰던 공간이므로 나름 의미가 있다. 써놨던 글 중에 일말의 쓸 만한 자료가 있을 수도 있다.

(일기장에서처럼 싸이에서도 쓸 만한 글을 찾기 힘들 가능성이 더 크지만.)


싸이월드의 추억은 쓸모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쓸모만 가지고 사는 세상도 아니고, 누군가에겐 진짜 소중한 자료일 수 있으니 부디 데이터가 잘 복구되어 즐겁게 추억 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나는 백업을 생활화하지 않는 사람이라 글이든 사진이든 다른 곳에 저장하지 않고 싸이에만 올렸었다. 너무 순진했다. 싸이, 네가 그렇게 쉽게 망할 줄 몰랐었어...

한 번 망한 경험이 있으면서 브런치 글도 백업을 안 한다. 후우... 나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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