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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06. 2022

계절 단상

때가 왔다, 내가 움직여야 하는 때.

계절이 부쩍 따뜻해지면 두꺼운 니트와 기모 바지를 넣고 얇은 옷가지를 꺼내야 한다.

움직임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행동의 미니멀리스트는 옷 정리를 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 구시렁댄다.

"왜 사계절이 있어 가지고..."



아이들이 봄에 두터운 옷을 입고 더워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여름에 남들은 반팔 반바지인데 우리 애들만 긴팔 긴바지에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고서야 엄마는 움직인다. 슬슬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 헐벗은 듯한 반팔 옷차림을 입은 애들을 보고 나서, 겨울에 두꺼운 패딩이 아닌 바람막이 잠바를 입은 애들을 보고 나서야 '우리 애들 엄마 없는 애들로 오해 받겠네.'라는 생각이 들어 옷장을 연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 기왕 하는 거 그냥 응당 그러려니 하면 될 것을 분기마다 투덜대는 나도 참 징하다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싫은 건 싫은 거다. 그나마 봄 옷이나 여름옷을 꺼낼 때는 기분이 낫다. 낮이 길어지는 계절, 환하고 밝아지는 계절을 준비하는 것은 약간의 설렘이 있다. 그러나 가을과 겨울 옷을 꺼낼 때는 날씨만큼이나 내 마음도 어두컴컴하다.



아직은 봄바람이 차다. 아침, 저녁으론 일교차도 크다. 그래서 일단은 버티기로 한다. 언제 다시 확 추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들은 아직 땀을 흘리지 않는다. 더 버틸 수 없을 때까지 버텨 보는 거다!  



혹자는 사계절이 축복이라는데, 내게는 사계절이 가혹하다. 일 년 내내 여름인 적도에서 나무늘보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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