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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10. 2022

집에만 있다면

휴직자의 변

내가 집에만 있어 봐라.

책 정리를 싹 할 테다.


내가 집에만 있어 봐라.

오래된 장난감도 싹 버릴 테다.


내가 집에만 있어 봐라.

애들 작아진 옷은 기부하고

쓸 만한 물건들은 당근 마켓에 팔 거다.


내가 집에만 있어 봐라.

집을 아주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하게 정리할 거다.


내가 집에만 있어 봐라.

그동안 못 봤던 책들을 잔뜩 읽어 줄 테다.


내가 집에만 있어 봐라.

브런치를 씹어 먹을 만큼 글을 쓸 테다!


내가 집에만 있어 봐라.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다른 일을 찾아내고야 말 테다!



그러나,

막상 집에 있어 보니


집은 그대로.

정리할 시간이 없쒀.

정리할 여력도 없쒀.

당근 마켓에 올리려고 물건 사진 찍기도 힘드뤄.

사진 찍어놔도 글을 못 올리겠쒀.


책은 간헐적으로 읽어.

글은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못 써.

공부도, 탐색과정도 없으니 다른 일도 못 찾아.


하루가 빨리 간다 빨리 가.

집에 있는다고 시간이 많은 게 아니야.


시간이 많다 하여도

최소한의 청소를 하고

아침 저녁 차리고 애들 간식 챙겨주고

나의 부지런함은 딱 그만큼.


그래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니 됐어.

내가 행복하니 그걸로 충분해.


깔끔한 집과 다른 직업은 다음 생에...



부럽다~ 깔끔한 집!

사진으로 대리만족.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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