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이건희 컬렉션이 전쟁 같은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 대신 현장 접수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게 되었다. (정보가 느린 편)
때로는 계획적이나 때로는 충동적인 나는 어제 갑자기 '내일 애들 학교 보내고 이건희 컬렉션을 보러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이건희 컬렉션이 현장 발매로 바뀌었대서 내일 갈까 하는데.."
"줄 서달라고?"
"아니!!! 어차피 1인 1매라 엄마가 내 표 사주지도 못해. 엄마 못 가더라도 난 가보려고."
"내일? 외할머니 점심 사드리기로 했는데."
"그래요? 알았어요. 난 딴 날은 안 될 거 같아서 내일 가보려고."
"그래, 너라도 잘 보고 와라."
친정 엄마와 미술 전시회에 함께 간 적이 있었다. 샤갈전, 마티스전, 달리전 다 엄마와 함께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같이 가고 싶어서 전화를 한 거였는데 끝내 엄마랑 같이 가고 싶단 말은 안 나왔다. 모녀 사이의 대화법이 그러려니 한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엄마한테 내 마음이 전달되기만을 바라며.
관람 후기를 읽어보니 대기에 1~2시간, 관람에 1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기껏해야 2시간 반이다. 아이가 등교하고 바로 출발해도 10시는 넘을 것이고, 아이가 하교하는 1시 반까지 오려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2시 반엔 출발해야 한다. 괜히 시간 낭비에 헛걸음할 거 같아 포기할까 싶다. 그러나 평일 오전에 그렇게나 한가한 사람이 많을까 의구심이 든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로 한다.
둘째 아이를 등교시키고 9시 10분에 후다닥 지하철을 탔다. 사람이 꽉 찼다. 보던 책을 도저히 볼 수 없어 손가락을 책갈피 삼아 책장에 끼워뒀다. 손잡이도 못 잡고 서 있었다. 내리는 이는 없어도 타는 이는 계속 생긴다. 지하철이 꽉 찬 거 같아도 또 탈 수 있단 게 신기하다.
광화문
9시 45분에 광화문역에서 내렸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9시 57분에 국립현대미술관에 도착!
와우~ 밖에 줄이 줄이.... 굽이쳐 흐른다. 예상은 했지만 내 앞에 한 5백 명 이상 줄이 쫙 서있다.
국립현대미술관
10시에 미술관 문이 열리고 쭉쭉 입장이 시작되었다. 매표소로 가는 줄에 여기서부터 3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문구가 보인다. 손가락을 꼽아가며 시간 계산을 해보니 줄만 서다가 집에 가야 할 판이다. '설마 진짜 3시간을 기다리겠어?'라며 저기 저기 앞을 보니 줄에 끝이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