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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21. 2022

자랑해 달라고 해서 쓰는 글

얼마 전에 작은 아이 규 담임 선생님과 전화 상담을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대면 상담이었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전화로 상담을 한다. 참관수업도 온라인으로 했고 상담도 전화로 해서 아쉽지만 상황 때문이니 그러려니 한다. 규의 담임 선생님은 초등 1학년을 여러 해 맡으신 베테랑 선생님이시다.



상담하기로 한 시간에 핸드폰이 울린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네, 저희 반에서 규를 제일 먼저 상담하게 됐네요. 규가 학교 생활에 대해 집에서 뭐라고 말했나요?"

"저희 규는 학교 생활이 너무 즐겁대요."

"아, 그렇군요. 제가 보기에도 규는 학교 생활을 좋아하고 즐기고 있어요. 수업시간에도 집중을 잘하고 활동을 아주 재미있게 해요. 발표도 또렷하게 잘하고, 학습적인 부분도 부족함 없이 다 잘하고 있어요. 친구들한테도 어찌나 다정하게 얘기하는지 아주 스윗해요.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도 친절하게 도움을 주고요. 저희가 그림 그리는 활동이 많은데 선도 또렷하게 잘 그리고 색칠도 본인이 원하는 색으로 거침없이 잘 칠해서 그림이 보기가 좋아요. 가족 소개할 때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넘치고, 가족한테 사랑을 많이 받은 티가 나요. 정말 다 잘하고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되고요, 규 칭찬 많이 해주세요."



상담하기 전에 여러 가지 열받는 일이 있었다. (아이 때문은 아니었고 외부적인 요인이었다.) 혈압이 오르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끼며 씩씩댔다. 그러다가 감정을 다스리려고 심호흡을 하고 상담 전화를 받았는데 선생님의 '칭찬 종합 선물 세트'에 씩씩거리던 기분이 다 사라진다. 우리 규가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을 거라 믿고 있었지만 막상 선생님의 칭찬을 받으니 마음이 산들거리고 기분이 좋다. 전화를 끊고 내가 언제 화났었나 싶게 방글거리며 아이에게 칭찬을 했다.

"규야, 선생님과 상담했는데 선생님이 규 학교 생활 참 잘하고 있다고 칭찬 많이 해주라고 하시네. 엄마는 규가 정말 자랑스러워!"

그러자 규가 말한다.

"엄마, 자랑해! 여기저기 자랑해!"

"그래.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자랑할게."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도 자랑하고, 맘 카페에도 올려!"


그러니까, 이 글은 아이가 자랑해 달라고 해서 쓰는 글이다.

비록 집에선 가끔 "그게 뭔 소리야?", "엄마,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 "싫은데? 내가 왜?" 등의 얄미운 소리를 하면서 엄마 속을 뒤집고, 엄마의 지적에 꼬박꼬박 반박을 해대며 엄마와 투닥거리는 둘째 아이지만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내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스윗한' 아이라니 다행이다.

 

하긴 집에서도 다정한 말과 애교 담당은 둘째다. 엄마나 아빠가 퇴근하면 "저녁은 먹었어?"라고 물어봐주는 아이, 빨아서 개킨 이불을 넣으려고 옷장 문을 열면 의자를 끌고 와서 놔주는 아이, 가만히 있다가도 살을 부비며 "엄마 좋아!"라고 말해주는 아이, 생일에 다정한 편지를 써주는 아이.  


아이가 건강하고 사랑스럽게 잘 커줘서 감사하다. 자랑하려고 (=자랑해 달라고 해서) 쓴 글인데, 쓰다 보니 행복이 뿜뿜 올라온다. 나 행복한 사람이었네!!!

1월에 받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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