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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l 18. 2022

세미(semi) 악처는 괴롭다

반쪽 짜리 악처는 괴롭다. 잔소리를 안 하는 착한 아내는 나에게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인데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하면 악처가 될 것 같아 자제하다 보면 속이 터진다. 잔소리를 하려면 시원하게 하고 말려면 말아야지, 어설프게 하다 말면 서로 기분만 상하고 남편은 요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글을 쓰다가 '공개된 자리에서 이러는 건 좀 아닌가? 남편은 반박할 기회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다 지웠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데 뉴스며 웹툰이며 웹소설 다 섭렵하고 남는 시간에 미미하게 하는 가사 노동과 육아가 과연 최선을 다하는 것인가? 아이들의 요청사항이 설거지하고 있는 내 귀엔 잘 들리는데 바로 옆에서 핸드폰 하고 있는 남편 귀엔 정말 안 들리는가? 주말 아침에 나도 늦잠 자고 싶다. 세 끼니 중에 한두 끼만 차리고 싶다." 등등 하고픈 말이 정말 많지만 흉도 마음 놓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또 흉을 안 보고 넘어갈 수도 없다.


남편 흉보는 용도의 부계정을 하나 만들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그렇지만 또 그렇게까지 치밀하게 흉을 보고 싶진 않다. 역시 어중간하면 괴롭다.





+ 어느 부부나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부부는 사이가 괜찮을 때도 있고 서늘한 기운을 풍길 때도 있어요. 요 며칠 남편에게 쌓였던 감정이 폭발했더니 남편이 제 눈치를 보며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제법 움직이네요. 이렇게 잘해주니 고맙다 싶으면서도 꼭 내가 화를 내야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식이 생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괴감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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