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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l 20. 2022

희소성의 가치

작은 아이 규(초1)는 요즘 아빠 바라기다. 아빠가 너무 좋단다. 아빠가 잘 놀아주지도 않는데 신기한 일이다. 아빠가 하는 말이라곤 "뛰지 마!"와 "밥.먹.집! (박 먹는 데 집중해!)" 두 마디뿐인 것 같은데 아빠가 너무 좋다고 한다. 아, 이 집 아빠가 잡기(雜技)에는 능하다. 가끔씩 "엘렐렐레~" 하고 내는 이상한 소리와 휘파람, 배 튕기기 등의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일 수는 있다. 아이 눈에서 볼 때 그럴 수 있다는 건 인정!


밥도 엄마가 주고, 학교랑 학원에 엄마가 데리러 가고, 오가며 엄마와 대화하고, 보드게임이랑 '뽀뽀 괴물 놀이'도 엄마랑 하는데, 미용실에 머리 자르러도 엄마랑 가고, 놀이터도 엄마랑 가는데, 주말이면 엄마랑 지하철 모험을 떠나고 아파트 물놀이장에도 엄마랑 가는데, 그래도 아빠가 엄마보다 더 좋단다. 아빠의 사랑은 9,000도만큼 뜨겁고 엄마의 사랑은 8,000도라고 한다. 이건 많이 억울한데?


"규! 작년엔 엄마 껌딱지였잖아. 아빠는 싫고 엄마만 좋다더니 어떻게 된 일이야?"

"응. 엄마도 회사 가면 다시 좋아져."


이것이 바로 희소성의 가치인가 보다. 휴직한 엄마는 매일 보는 존재라 길바닥 돌멩이로 느껴지고, 자주 못 보는 아빠는 다이아몬드처럼 느껴지나 보다.


이 글을 쓰다가 아이에게 물었다.

"규야, 아빠의 어떤 부분이 좋아?"

"아빠는 수염이 따갑긴 하지만 안경을 쓴 게 멋있어."

"아하하. 그래?" (응? 안경 쓴 게 매력 포인트였나?)

"응. 그리고 아빠랑 같이 블럭 만든 게 재밌었어."


핵심은 '짧지만 임팩트 있게 놀아주는 것'이었다. 아이와 긴 시간을 보낸다고 아이에게 어필되는 게 아니었어! 길바닥 돌멩이는 어떻게 다시 다이아몬드가 될지 고민해 봐야겠다.

사각블럭으로 만든 기차, 그 속에 규가 들어갔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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