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Nov 02. 2021

맞아야 정신 차린다고?

훈육에 대한 생각

나는 큰 아이를 출산하고 100일 만에 복직했다.

복직을 위해 베이비시터를 구했는데, 이 이모님은 비록 아이를 본 경험은 적으나 선량한 인상에 성실한 이모님이셨다. 연세는 친정엄마보다 적으셨지만 얼굴만 보면 연세가 더 들어보이고 시골 할머니같은 느낌이 물씬 나셨다.

이모님은 큰 아이가 2개월일 때부터 두 돌이 되기 전까지 아이를 봐주셨다. 흉흉한 세상에서 좋은 분을 만났던 건 다시 생각해도 다행이다.


이모님에게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딸이 있었는데, 그 딸은 내 아이보다 한 살 많은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우리 애보다 한 살 많아 봤자 세 돌이 안 됐을 땐데, 딸은 손자가 말을 너무 안 들어서 그럴 때마다 때린다고 했다.

나와 남편은 아이를 때리지 않고 키우겠다는 신념이 있었으므로

"아직 애기인데 왜 때리며 키워요? 말로 해야죠." 하였는데,

이모님의 딸은 애들은 맞으며 커야 정신 차린다고, 안 그럼 버르장머리가 없어진다고 하였다.

이모님 역시 "애들은 맞으며 커야 돼요."라고 하는데 그 말이 꼭 우리한테 애를 때리며 키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우리는 절대 때릴 생각이 없으니 이모님도 혹여나 아이를 때릴 생각일랑은 하지 마시라고 당부하였다.


사실 옛날에야 오은영 박사도 없었고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많이 맞으며 컸다. 나도 어릴 적에 엄마한테 몇 번 맞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 집의 체벌 절차는 다음과 같았다. 일단 맞으면 바로 "잘못했어요."라고 빌고 엄마가 "잘못했지? 다음엔 그러지 마." 하면서 끝나는 순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초등 고학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엄마에게 한 대를 맞았는데 아프지 않았다. 순간 생각했다.

'어랏! 아프지 않네? 아프지도 않은데 난 여태 왜 잘못했다고 한 거지?'

원래대로라면 "잘못했어요."가 나와야 수순인데, 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 말이 나오지 않으니 엄마도 적잖이 당황하신 눈치였다. 엄마는 아마 내 표정에서 내 생각을 읽으시고 딸이 더 이상은 어린 애가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 후로 엄마의 체벌은 중단되었다.


이 시대 많은 부모들이 오은영 박사를 좋아하듯이 나도 오은영 박사의 조언을 많이 염두에 두며 육아를 하려고 한다. 그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훈육은 무섭게 하는 게 아니라 단호하고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훈육을 무섭게 하면 아이가 당장은 무서워서 행동을 중단하지만 정작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알지 못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때리지 않는다. 화가 나도 꾹 참고 훈육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무섭게 말할 때가 많다. 이 점은 내가 고쳐야 할 점이다. '단호하고 따뜻하게'는 쉽지 않다.) 




어제 길바닥에서 엄마에게 밟히고 맞는 7살 아이의 기사를 보니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 아이가 나의 둘째 아이와 동갑이어서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주변에 행인들이 말려도 폭행이 계속되었다는데, 이 엄마는 아이를 훈육한다고 믿었던 걸까? 아이는 그 길바닥에서 공포와 부끄러움을 온전히 느끼며 있었을 텐데...

아이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길래 그렇게까지 하는 건지, 잘못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 하는 엄마가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세상 모든 부모들이 자기를 돌아보며 아이들을 키웠으면 한다. 아이들이 행복까진 아니어도 불행하지 않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장래희망은 회사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