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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ug 25. 2022

서투른 그 시절에 안녕

노리플라이(No Reply) - 끝나지 않은 노래

"20대 때가 제일 좋을 때다."

그런 '가장 좋을 때'인 대학 새내기가 막상 되었을 때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생일이 빨라서 입학을 빨리 하여 정확히는 열아홉 살이었다.)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된다고 했는데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왜 신나고 즐겁지가 않을까? 모든 게 왜 이렇게 막연하고 모호하지? 


과외를 구하겠다고 과외 구인 사이트에 가입비까지 내고 글을 올려도 연락은 한 통도 오지 않았다. 'SKY가 아니라 연락이 안 오나? 에잇, 고등학교 때 공부 좀 더 할걸.' 내가 무능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면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지는 않았다. '굳이 돈을 벌어야 하나? 용돈 아껴서 적게 쓰며 살지, 뭐.'


학교 생활은 재미없었다. 외국어학부로 입학하여 1학년 때는 아직 전공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중문과, 불문과, 독문과 어느 하나 당기지 않았다. 영문과를 복수 전공하려고 야심 차게 신청한 영어학 개론은 알 수 없는 원서에서 'phonology(음운학)', 'phonetics(음성학)' 등 생전 처음 보는 단어만 찾다가 철회하고 말았다. 여대의 수업 분위기는 치열하고 살벌했다. 학점을 향한 학생들의 몸부림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는 결석이나 과제물 누락 한 번 없이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하였으나 C+로 가득한 성적표를 마주했다. 

 

연애를 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았다. 여대를 다녀서 학교에는 (당연히) 남자가 없었고 미팅과 소개팅, 채팅 번개, 온라인 동호회에서도 잘 되는 일이 없었다. 미팅에 같이 나간 친구는 숟가락 두 개로 눈을 가리며 "울트라맨!" 이런 짓거리(!)를 해도 애프터가 들어와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는 정상적으로(?) 대화해도 왜 잘 되는 일이 없냔 말이다. 나는 "이 세상은 외모 지상주의야!"라며 불만을 토로했고 나와 친한 친구들은 나에게 "외모보단 성격을 고쳐."라고 말해주곤 했다. 

"내 성격이 뭐가 어때서? 이 정도 성격이면 우수하지!" (성격을 고쳤어야 했다ㅋㅋ)


나도 연애란 걸 해보나 싶은 순간이 대학 1학년 여름 방학에 찾아왔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매일이 행복한 '미친' 경험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그와 잘 되지는 않았다. 

(작가의 첫사랑이 궁금하시다면 브런치 초창기 게시물 <그건 연애가 아니었어>를 참조) 



대학 새내기 시절을 돌아보면 좋은 게 없었다. 공부든 일이든 사랑이든 뭐 하나 내 뜻대로 되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 발걸음을 제대로 딛지도 않았는데 나 자신이 루저인 것만 같은 느낌이 싫었다. 


그런데 가끔 그 시절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부족하고 서투른 시절이었지만 그건 그대로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겪은 시행착오가 좋은 경험이 되었다. 좋은 사람들을 알아보는 연습이었고 좋은 인생을 사는 과정이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단단해지는 과정이었다.   




2인조 밴드 노리플라이(No Reply)의 노래들은 감성적인 멜로디와 섬세한 가사에 풋풋함과 싱그러운 젊음을 담고 있다. 특히, 청춘의 서투른 이별과 이별 후의 이야기를 노래한 '끝나지 않은 노래'를 듣고 있으면 서툴렀던 나의 대학 새내기 시절이 떠오른다. 분명히 예쁘고 괜찮은 순간들도 있었을 텐데 서투르고 미숙한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끝나지 않은 노래'로 서투른 그 시절에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그땐 몰랐어 웅크린 채 지쳐있던 내게
손 내밀어준 날 감싸준 너의 그 모든 진심을
두 눈을 감으면 들렸던 따사로운 웃음
곁에 있어준 그 모습을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었어
어디로 향할진 몰라도
날 둘러싼 이 세상이 나를 움직여
내 맘 깊은 곳에 울리는 그땐 말하지 못했던 이 마음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어 이 노래로

서성였었어 붐비는 맘 서투른 모습들
꿈은 저 멀리 아주 먼 곳 손에 닿지 않았기에
너마저 볼 수 없었어 빛나는 눈동자
날 이끌어준 그 모습을


그댄 알고 있는지 고요히 불러줬던
그 작은 목소리
날 꿈꾸게 한 그 노랠

기억해줘 나의 기타 소리를
널 향한 나의 목소리를
이 노래 부르는 지금 나의 마음을

언젠가 많은 날 흘러도
항상 난 여기 이곳에서 널 부를게

끝나지 않은 얘기들을
지나쳐 가는 시간들을
그때 너 그 뒷모습을
이 노래로

- 노리플라이(No Reply), 끝나지 않은 노래


노리플라이(No Reply) - 끝나지 않은 노래


함께 들어주세요. 사랑을 막 시작하는 풋풋함을 담은 노래랍니다.

노리플라이, feat. 타루 -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그 시절 음악과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면서, 그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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