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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Sep 20. 2022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1. 편지


중학교 때 친구들끼리 편지를 주고받는 게 유행이었다. 나에게는 아무도 편지를 주지 않았다.

나도 편지를 받고 싶은데, 나도 편지를 잘 쓸 수 있는데, 나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집에 와서 징징댔더니 아빠는 말씀하셨다.

"네가 먼저 친구한테 써."

"그러다 답장이 안 오면 어떡해? 내 편지 싫어하면 어떡해?"

"안 오면 안 오는 거지. 근데 써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그때까지 나는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어본 적도 없었다. 친구들이 먼저 말 걸어주길 기다리고 말을 먼저 걸어준 아이와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내가 먼저 편지를 줄 수 있을까? 내가 편지를 줬다가 받은 친구가 불쾌하면 어쩌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같은 반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줬다. 그리고 다음날 답장이 왔다! 그리고 우리는 좋은 편지 친구가 되었다.


아빠의 말이 맞았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용기를 냈더니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거절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중요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2. 숲 체험


올 3월에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였다. 보통 학부모 총회를 한 후에 초 1 엄마들의 단톡방이 만들어지는데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줌으로 총회를 하다 보니 엄마들의 단톡방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첫째 아이 초 1 때는 단톡방이 만들어져서 한 달에 한 번 하는 숲 체험 수업을 신청했었는데, 둘째 아이는 숲 체험 팀을 짜기가 어려울 듯했다. 숲 체험을 하려면 10명을 모아야 하는데 아는 엄마들이 얼마 없었기 때문이다. 3월에 이와 관련된 내용의 글을 썼더니 늘봄유정 작가님께서 나에게 모아 보라는 조언을 주셨다.



'숲 체험 인원 모아야 되는데... 누가 팀 안 짜 주나?'라는 생각만 하다가 석 달이 흐르고, 안 되겠다 싶어서 놀이터에서 놀다가 알게 된 아이 친구들의 엄마들에게 숲 체험을 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며 인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3명이었고, 그다음에 두 명이 들어와서 5명이 되었다. 하굣길에 같은 반 친구를 만나면 그 아이 엄마에게 숲 체험을 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봤다. 몇 명은 거절했고 몇 명은 관심을 보였다. 6월부터 모집하기 시작한 숲 체험 팀은 8월 말에 10명이 채워졌고, 드디어 9월에 첫 수업을 시작하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나는 회사 다니느라 동네에 아는 엄마들이 없었던 데다가 타고난 '인싸'도 아니라 숲 체험을 직접 모집하기보다 누가 해주길 기다렸다. 처음 모집하기 시작할 때도 인원이 너무 안 모여져서 '이게 될까? 이러다 흐지부지되는 거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저찌하여 팀을 모아 첫 수업을 하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즐거웠고, 엄마들도 만족한 시간이었다. 엄마들이 좋은 모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나는 내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될지 안 될지는 해봐야 안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거미 무섭다더니 잘도 잡았네


3. 브런치북


(왠지 점점 하이 레벨로 가고 있는 기분이다.)

브런치북 공모전의 계절이 도래했다. 작년 이맘때는 브런치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년을 기약했고, 그 내년이 왔다.


여태까지 브런치에 써놓은 글이 적지 않지만 한 주제를 생각하고 쓴 글이 아니다 보니 브런치북으로 묶기에는 중구난방이다. 한 달 내로 목차를 잡아 브런치북을 새로 쓰는 건 어려워 보여서 또다시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라라크루(일상 속에서 빛나는 순간을 바라보고 가볍고 즐겁게 글을 쓰는 모임) 호스트 수호 대장님이 "브런치북 공모전의 의미는 대상을 받아서 상금을 받는 게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보는 '경험'입니다"라며 브런치북을 만들라고 마구 뽐뿌질을 하신다. 라라크루 홍보실장 이세정 작가님 또한 목차를 잡아 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신다.


통일된 목차를 만드는 일과 이미 내 손을 떠난 (구린) 글을 마주하여 다듬을 일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 번 해볼까?'란 생각이 든다. 공모전은 정말 언감생심이지만, 브런치북은 만들어보고 싶다. 이 일이야말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다. 해보기 전까지는 끝까지 알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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