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이런 글도 있습니다"라며 <엄마와 지하철>을 보내 드렸다. 엄마 반응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약간 신경이 쓰였는데, 엄마가 "글을 맛깔나게 잘 쓰네"라고 답을 해주셔서 훈훈하게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앞으로는 엄마가 주인공인 글을 엄마께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노트북과 책을 싸 갖고 카페에 갔다. 브런치북을 한 번 꾸려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말이다. 아이스 라테와 메이플 피칸 파이를 먹으며 폭풍 카톡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하셨다.
"화장품 남는 게 있어서 갖다 줄까 하는데."
"아니, 엄마, 그 글 명절 전에 쓴 거야. 나 화장품 새로 샀어. 이럴까 봐 내가 글을 안 보여준 건데!"
"아니야! 그거 보고 그러는 거 아닌데? 원래 주려고 했어. 지금 갖다 줄게. 아니면 엄마네로 올래? 점심 사줄게."
"나 지금 뭐 하고 있는데."
"엄마가 차로 데리러 갈게. 차 타고 금방 오면 되잖아."
안 간다고 하다가 코로나로 격리 풀린 지 얼마 안 되는 엄마, 아빠를 보러 결국 친정에 갔다.
"엄마가 점심 사 올게. 뭐 먹을래?"
"음, 지금 배불러서 생각 안 나는데."
"지금 정해놔야 점심때 붐비기 전에 사 오지."
"나는 알약! 알약 먹으며 살고 싶어."
너는 골고루 잘 먹으면서 살아야 건강하지, 그딴 소리나 하냐고 잔소리를 하실 줄 알았던 엄마가 "하긴, 뭐 먹을지 생각하는 것도 귀찮다"라고 호응을 해 주신다. 나는 신이 나서 "먹는 것도 귀찮아. 뭐 먹을지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 해 먹는 건 정말 더 귀찮아!"라고 말했다. (인간이 왜 태어나서 이렇게 먹고 살아야 하냐는 말은 부모님 앞이니 참았다.)
어쨌든 엄마에게 아이 크림, 영양 크림, 마스크 팩을 받고,초밥까지 얻어먹었다.
아낌없이 주시는 우리 엄마. 받고만 왔는데 왜 이리 피곤하지? 이번 글은 엄마한테 안 보여 드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