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내 글 최고의 독자를 나로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전에 똑같은 작품을 한 친구에게는 “이거 어때…별로지…?” 하면서 보여주고, 다른 친구에게는 “이거 좀 볼래? 진짜 잘 나온 것 같아” 하고 보여줬을 때, 전자의 경우 반응은 “어, 좀 별로긴 하다”였고 후자의 반응은 “와, 진짜 너무 좋다”라는 것을 알게 된 뒤, 내가 내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그냥 나는 내 편이 되기로 결심했다. 어릴 적부터 구원 콤플렉스가 너무 심했던 나로서는 아주 큰 결정이었다. 그동안은 누구 한 사람이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영원히 사랑해 주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런 사람을 만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연인이나 친구를 사귀어도 그 마음은 충족되지 않았고, 언젠가 이별이 찾아온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 음악가로 데뷔를 하고 작가가 되고 팬이 생겨도 나는 이별의 순간을 먼저 떠올렸고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구원받고자 하는 욕망을 내려놓기로 했다.
가족, 친구, 연인, 팬들 모두 나를 영원히 지켜봐 줄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나는 내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나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 이랑, <오늘도 춤을 추며 입장합니다, 쓰기 지옥> p. 113~114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