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가 바둑학원을 지날 때마다 바둑을 배워보고 싶다고 하여 체험 수업을 갔다.
바둑 선생님은 바둑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주기 위해 아이에게 물었다.
"보드게임이나 체스 같은 거 해봤니?"
"네."
"그래. 체스는 어떤 게임이야?"
"체스는...... 체크 메이트.........."
"어. 그래. 체크 나이트!"
아이는 체스를 할 줄은 알지만 체스의 정의나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하질 못 하는 데다가 바둑 선생님이 체크 메이트를 체크 나이트라고 말하자 더욱 당황하여 입을 아예 다물어 버렸다.
"괜찮아. 편하게 얘기해 봐. 체스에선 어떻게 하면 이기지?"
왕을 잡으면 이기는 경기라고 하면 될 텐데 아이는 쉽게 말하지 못 했다.
선생님과 나는 아이가 대답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모르겠다는 말도 못 하겠고 엄마한테 도와달라는 눈빛도 못 보내겠는지 눈물 맺힌 눈으로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아이의 눈물을 닦아 주며
"이거 시험 보는 거 아니야. 틀려도 되고 모르겠다고 해도 돼."라고 말해줬다.
그 후에 체험 수업을 다 하고서 나는 선생님께 일단 아이와 어땠는지 얘길 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기로 하고 나왔다.
아이는 학원을 나오자마자 묻는다.
"나랑 뭘 얘기해? 나 언제부터 바둑 수업 가?"
처음이라 긴장됐지만 수업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집에 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통로에 사시는 아주머니(아이가 보기엔 할머니)를 만났다.
"엄마랑 어디 갔다 와? 형은 집에 있어? 형 혼자 집에 있어?"
아이의 얼굴을 보니 고민하는 눈빛이다.
일단 질문도 많았고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결국 아이는 엘리베이터가 우리 집에 거의 도착할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못 하고 정적이 흘렀다. 무안해진 아주머니는 대답 없는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형은 태권도 갔나?"
아이는 이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쉬웠는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주말인데요!"
"아, 오늘 주말이라 태권도 안 가는구나. 미안해. 할머니가 몰랐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여 아이는
"네. 안녕히 가세요."라고 대답하며 홀연히 내렸다.
아이에게 그리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지만 아이는 이것저것 사실 관계를 다 따져서 대답하려다 보니 대답이 나오지 않는 듯하다. 내가 유추한 아이의 사고 과정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