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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ar 01. 2023

나의 든든한 브런치 이웃 여러분께

안부 인사

잘들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1월 한 달간 말레이시아에서 즐겁고 편안하게 잘 쉬다 2월 초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한국 오자마자 혹독한 귀국식을 연달아 거치느라 마음이 다소 복잡한 2월을 보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기록한 매거진 <한 달만 살지 말레이>의 마지막편도 사실은 1월 말부터 쓰기 시작했으나, 한국에 돌아와서 마지막 편을 읽어보고 정리할 여유가 없어 2월이 거의 끝나갈 무렵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는 2월 한 달간 제 머릿속을 지배한 키워드(시댁)로 온 신경이 다 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또 다른 이유는 매거진이 완결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산발적 주제를 가지고 중구난방으로 써 오던 저에게 하나의 주제로(만) 글을 쓰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글의 퀄리티를 떠나 어쨌든 매거진 하나를 완성했다는 기쁨도 잠시, 앞으로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해졌습니다. 그동안은 제가 어떻게 글을 썼는지도 모르겠고요.


아이들의 방학도 글을 쓰지 못한 중요한 이유네요. 물론 쓰고픈 이야기가 차고 넘쳤다면 아이들이 곁에 있어도 악착같이 썼겠지만, 저는 뭔가가 고갈된 듯했고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핑계를 대봅니다.


사실 이 안부 글도 써야겠다고 생각한 지 1주일이 지나서 겨우 쓰고 있습니다. 막상 쓰려고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지더라고요. 내가 글이란 걸 전혀 못 쓰는 상태인가 싶어서 저희 집 귀요미를 주제로 어제 긴급하게(?) 한 편을 썼습니다.  


초조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도약을 위해 자세를 낮추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엔 어디 다른 공간에 비공개 글을 쓰고 있지도, 메모를 남기고 있지도 않아 찔리지만, 머릿속으로 생각의 뭉치를 만들면 되지요. 그런 생각의 뭉치들이 언젠가 글로 나오길 기대하고 있어요.


요새 브런치 이웃 님들이 남겨 주시는 댓글에 대댓글도 못 남기고 있네요. 저에게 남겨 주시는 댓글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또한 공감의 댓글이 글 쓰신 작가님들께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알면서도 요새 댓글을 잘 못 남기고 있네요. 이 또한 의무감이 되면 브런치 자체가 버거워질 것 같아서 여력이 되면 댓글을 쓰고 여력이 안 될 땐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비난이나 불만 토로가 아닌 글을 쓰고 싶은데, 그럼 그럴수록 글과 멀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스스로 쳐내고 수위 조절하느라 한 자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지요. 울림과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은 과연 어느 세월에 쓸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저는 '글벗'이란 예쁜 순우리말 표현을 쓰려면 왠지 부끄럽고 오글거림을 고백합니다. 아흐,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냥 못 쓰겠어요. '글벗'이란 단어를 쓰시는 분들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데 그냥 제가 쓰는 걸 생각하면 불에 달궈진 오징어마냥 몸이 배배 꼬여요. 그래서 '브런치 이웃'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냥 이 단어가 과하지 않고 좋더라고요.


'나의 다정한 브런치 이웃'이라고 쓸까 하다가 '다정한'에서 또 걸렸습니다. 과연 모두가 다정한가? 아니, 그렇다고 다정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다정하다는 표현이 꼭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은데. 그러다가 '든든한'이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제 마음을 제대로 딱 맞게 표현해 주는 단어였거든요. 자주든 가끔이든 글을 써 주시고 제 공간을 찾아 주시는 이웃이 계시다는 생각만으로도 든든하고 믿음직합니다.


 나의 든든한 브런치 이웃 여러분, 잘 지내고 계시죠? 브런치 세상에 항상 계셔 주세요. 저도 그럴게요.



대문 이미지: 겨우내 버틴 나뭇잎인데, 어젯밤에 보니 꼭 벚꽃처럼 보였어요. 봄이 곧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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