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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14. 2023

흔들림 속에서

요가 시간이다. 등을 펴고 곧게 서서 발뒤꿈치를 살짝 들고 중심을 잡는다. 살짝 눈을 감으라는 강사님의 말에 미심쩍지만 눈을 감는다. 역시나 중심을 잡기 힘들다. 몸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이러다 쓰러지는 거 아니야? 눈을 살짝 떠볼까? 생각하는 찰나 들리는 선생님의 한마디.

"누구나 흔들리고 있어요. 그게 정상이에요. 내 매트가 전부라 생각하고 계속 집중하세요. 나를 믿고 중심을 잡으세요. 할 수 있어요."



인생을 살면서도 나를 믿고 중심을 잡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요즘 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캠핑을 다녀왔다는 친구 말을 들으면 당장 캠핑을 떠나야 할 것 같다. 맛집 사진을 보면 막상 나는 먹을 것에 많이 집착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 맛집을 가고 싶어진다. 내가 갔던 여행지에서 놓쳤던 포인트를 다른 사람들이 갔다고 하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서핑 사진, 스키 사진에 나도 아이들한테 이런 기회를 줘야 할 텐데 마음이 초조해진다. 독서가 중요하다고 하니 만화책만 보는 우리 아이들을 다그쳐 줄글책을 강요하고 싶고, 이미 빽빽한 아이들의 스케줄에 논술 학원까지 추가해야 하는 건가 갈등한다.



흔들리는 순간은 많지만 나만의 기준을 세워서 중심을 잡으면 쓰러지지 않는다. 매주 주말마다 놀러 다니는 다른 가족과 비교하며 초라함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 집이나 동네에서 보내는 주말도 편안하다. 남들 하는 건 어느 정도 해보되, 강박을 느끼며 안달복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육아와 교육 관련 책과 유튜브를 보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괴로워질 때도 있고 전문가들마다 하는 말이 달라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나의 기준에 맞춰 내가 취할 정보는 취하고 아닌 정보는 거르려고 노력한다. 물론 쉽지 않다. 자꾸 남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두리번거리고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걸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부들부들부들. 다리도 흔들리고 몸통도 흔들린다. 나를 믿고 중심을 잡으라는데 내 몸 참 나약하다. 그래도 지난번엔 들었던 발뒤꿈치를 몇 번이고 슬쩍슬쩍 내려놨다 다시 올려놨는데 오늘은 뒤꿈치를  올린 채 끝까지 버텼다. 그만큼 내 몸과 마음이 성장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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