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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28. 2023

나만의 샐러드

점심으로 샐러드가 당겼다. 풀때기 샐러드라니! 웬만해선 당기지 않는 메뉴인데, 요즘 잦은 고기와 분식류와 기타 등등을 먹었더니 산뜻한 샐러드가 먹고 싶다. '샐러디(샐러드를 파는 식당)'에 가서 사 올까 하다가 집에 있는 로메인 상추가 떠올랐다. 마트에서 닭가슴살이랑 드레싱 사서 집에서 해 먹는 게 낫겠다. 샐러디까지 걸어가기도 귀찮거니와, 돈도 아낄 겸.


동네 마트에 가서 훈제 닭가슴살을 담고 리코타 치즈도 담는다. 드레싱도 담는다. 샐러드는 뭐니 뭐니 해도 드레싱 맛이다! 시저 드레싱을 사고 싶었지만 시저 드레싱이 없어서 흑임자 드레싱과 허니 머스터드 드레싱을 담는다. 리코타 치즈 5,480원, 닭가슴살 2,650원, 흑임자 드레싱 3,980원, 허니 머스터드 드레싱 3,980원. 합계가 16,090원이잖아?!?! 드레싱 한 종류를 뺀다 해도 12,110원으로, 샐러디에서 사 먹는 것보다 비싸다. 돈 아끼려 했는데 내가 지금 뭘 한 거지?


집에 와서 닭가슴살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로메인 상추를 씻는다. 귀찮지만 잘 씻어야 하니 로메인 상추를 식초물에 담갔다가 한 잎 한 잎 떼어 흐르는 물에 씻는다. 까맣게 시든 잎은 떼어내고, 말짱한 잎들만 살린다. 혹여나 벌레라는 불청객이 나타날까 봐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나타나지 않았다. 고작 씻는 것뿐인데 왜 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마음이 초조하다. 아이가 오기 전에 빨리 샐러드 먹어야 하는데. 씻어낸 로메인 상추의 물기를 빼고 칼로 썬다. 로메인 상추를 그릇에 담고 닭가슴살도 썰어서 그 위에 올리고, 리코타 치즈까지 숟가락으로 떠서 올리면 나만의 샐러드 완성이요! 아니다, 드레싱까지 올려야 완성이다. 흑임자 드레싱과 허니 머스터드 드레싱을 살살 뿌려주면 '닭가슴살과 치즈 듬뿍, 채소는 적게' 나만의 샐러드 진짜 완성이요!

닭가슴살과 치즈 듬뿍, 채소는 적게


비싼 만큼 맛있다. 따뜻한 닭가슴살과 쫀쫀한 리코타 치즈 맛이 일품이다. (로메인 상추는 거들뿐) 이럴 바엔 닭가슴살과 리코타 치즈를 따로 먹으면 되지 않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지만, 닭가슴살과 리코타 치즈는 샐러드에 넣어 먹어야 잘 어울리는 게 사실이니까. (사실 나는 닭가슴살도 별로 안 좋아한다.)


맛있게, 배불리 먹고 나니 한동안은 샐러드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로메인 상추가 아직 많이 남았다. 앞으로 샐러드 7번은 해 먹을 수 있을 양인데 이를 어쩐담?  

씻어놓은 로메인 상추. 냉장고에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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