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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Sep 21. 2023

아들의 성교육

초등 5학년인 큰아이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에 대해 조잘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 오늘은 생산과 소비에 대해 배웠어요. (4학년 사회)

- 인권이 뭔지 아세요? 헌법은 아시죠? 국민의 의무와 권리란... (5학년 사회)

- 몽골이 고려에 왜 침략했는지 알아요? 몽골 사신이 고려에 왔다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5학년 사회)  

- 이 컵에 물방울이 맺힌 걸 보니 응결이군요. 복사와 대류, 응결이 뭐냐면요... (5학년 과학)

- 식물의 분류를 알려드릴까요? (5학년 실과)

- 쁘띠쁘띠 피노키오~ (5학년 영어 시간에 불어 노래를 배워서 부름)



아이는 실과에서 요즘 성교육을 받고 있다. 새로운 지식에 대해 얘기하는 걸 원체 좋아하는 아이다 보니 성교육에서 배운 내용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신체 기관(고환, 자궁과 질)에 대해 배웠고 얼마 전엔 월경과 사정, 몽정 등에 대해 배웠다고 한다. 아이는 배운 내용에 그치지 않고 궁금한 걸 나에게 묻게 된다. 아이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저기... 엄마, 이걸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라는 말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 폭격을 날린다. 

(수첩만 안 들었지, 마치 기자가 인터뷰를 하듯이 진지한 얼굴로) 


- 엄마, 초경은 언제 시작했나요? 

- 엄마는 월경을 한 번 할 때 며칠 하나요?

- 월경통은 있나요?

- 일회용 생리대를 쓰나요, 면 생리대를 쓰나요?

- 아빠는 몽정을 하나요?

- (기대하는 표정으로) 저는 언제쯤 몽정을 시작할까요?


거침없는 질문 폭격에 다행히 나는 당황하지 않고 잘 대답했다. 성에 대해 쉬쉬 하지 않고 적절한 성교육을 해주는 게 좋다고들 하지만, 이 이상의 질문이 나오면 나도 아이에게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해 주면서, 또 한편으론 과하게 자극하지 않을 정도의 선을 잘 지켜야 할 텐데.


간밤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엄마, 저 몽정 시작하면 몽정 파티 해주세요!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니까. 케이크도 꼭 사세요!


그, 그래... 케이크 사 갖고 와서 파티하자꾸나.

엄마도 초경 시작했을 때 파티까진 아니어도 부모님한테 축하 인사를 받았던 거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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