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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04. 2023

육아는 재미있다

"육아 많이 힘드시죠?"라는 광고를 보고 큰아이가 물었다.

"엄마도 육아가 힘들어?"

아이의 얼굴이 왠지 슬퍼 보였다. 나는 TV를 잘 안 봐서 몰랐는데, 아이는 이 광고를 여러 번 본 모양이다. 여기서 육아가 힘들다고 대답하면, 아마도 자신이 엄마를 힘들게 하는 존재로 아이는 받아들일 것이다.



마침 유튜브 채널 '대기자 TV'에 출연한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원장(<삐뽀삐뽀 119> 저자)이 '육아가 힘들다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보다는 육아는 쉽다, 육아는 재밌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인터뷰를 본 참이었다.


글쎄, 솔직히 육아가 쉽지는 않았다. 살림에 영 젬병이었던 사람이 살림과 맥을 같이 하는 육아 관련 일(이유식 만들기, 아이 빨래, 집안 정리, 장난감 닦기) 등을 하는 것이 익숙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란 내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니까. 특히나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는 더더욱.



그래도 귀엽고 좋았다. 아이가 진심으로 기분 좋을 땐 입을 세모나게 크게 벌리고 웃었는데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고, 아이가 예측하지 못한 돌발 행동을 하면 신선해서 좋았다. (물론 당황스러웠지만) 깨어 있을 때도 예쁘지만 자고 있을 땐 더 예뻐서 자는 아이를 한없이 들여다봤다. (자고 있어야 더 예쁜가?) 아이의 볼살 만지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금도 두 아이의 볼살은 내 힐링 포인트다.)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말이 통하니 한층 재미있다. 아이들이랑 대화하는 게 재미나고, 내가 생각지 못한 말을 아이가 하면 어쩜 저런 생각을 하는지 감탄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도 신나고 뿌듯하다. 아이들의 관심사가 조금씩 변해 가는 것도 신기하고, 아이들의 관심사에 맞춰 나도 새로이 공부하고 있다. (지하철 노선도, 차 엠블럼, 한국사, 만화 캐릭터, 게임 캐릭터 등)



그래서 큰아이에게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니, 엄마는 육아 안 힘들어. 육아는 재밌어! 너희랑 있으면 얼마나 재밌는데!"

나에게 조심스레 질문하고 혹여나 엄마의 대답이 '너희 때문에 힘들다'라고 나올까 봐 마음 졸이던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두 아이 귀요미 시절 (지금도 귀여움)
큰아이 면봉 쏟기, 작은아이 족발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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