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입니다. 진정한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겨울을 싫어합니다. 겨울은 낮이 짧아 기분이 다운되기 쉬운 계절이라 두렵기까지 하지요. 원래도 겨울을 싫어하는데 올 겨울은 유난히도 혹독하게 맞이하였습니다.
먼저 복직원을 내야 해서 심란했습니다. 통상 복직일로부터 한 달 전에는 복직원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연말 복직 예정인 저는 11월 말까지 복직원을 내야 했습니다. 복직원을 내야 한다는 압박에 11월 내내 괴로워하다가 11월 중순쯤 던져(?) 버렸습니다. 어차피 내야 하는 서류라면 빨리 내고 털어버리는 게 나을 테니까요. 서류를 내고 인사부 면담도 했습니다. 이전 부서로 복직할 수도 있고 새로운 부서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만, 회사 사정에 따라 어디로 배치될지는 모릅니다. 다만 개인의 의사 표시는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간단히 면담을 했지요.
그리고는 둘째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열이 많이 나고 기침도 많이 하는데 독감과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었습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의심되었습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주로 5~9세에서 많이 나타나고 감염되면 보통 38도가 넘는 고열과 심한 기침이 동반되고 가래가 섞인 기침이 3~4주 정도 지속되는 병입니다. 또 일반 항생제와 해열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출처: 데일리안) 다행히 열이 3일 나고 떨어졌고 숨소리는 폐렴으로 갈까 말까 하는 경계에 있어 입원하지 않고 통원 치료하였습니다. 학교는 4일이나 결석했지요. 첫째 아이가 옮을까 봐 잠자리를 분리하고 저는 둘째 옆에서 잤습니다. 열이 나는 3일은 아이의 체온을 재고 아이 몸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고 열이 떨어진 후에도 기침이 심한 아이의 상태를 보느라 숙면을 취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기침을 하지만 컨디션이 그나마 나아져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갔습니다.
그러자마자 이번엔 첫째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열이 많이 나고 힘이 없었습니다. 마이코플라즈마가 옮은 건가 하고 진료를 봤더니 첫째는 둘째와 증상이 다르다고 합니다. 독감과 코로나 검사 결과 A형 독감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여전히 기침이 심한 둘째가 독감까지 옮으면 많이 힘들어지니 첫째와 둘째를 되도록 분리하라고 하였습니다. 첫째를 안방에 격리하였습니다. 남편은 마침 혹은 하필 출장을 갔습니다. 첫째가 5학년이라 혼자서도 의젓하게 잘 지내서 기특했습니다. 이틀간 비몽사몽 비실비실대던 첫째는 약을 먹고 금방 회복했습니다. 안방이 TV도 없고 놀거리 없는 환경이라 특별히 노트북으로 유튜브 보는 것을 허락했더니 유튜브를 신나게 본 듯합니다. 이 와중에 둘째는 방문 밖에서 소리를 가만히 듣더니 형이 유튜브를 오래 본다고 이릅니다. 유튜브 보는 거 부럽다는 말과 함께요. (너는 학교 안 갈 때 TV 실컷 봤잖아!)
첫째가 독감 진단받을 때 저도 사실 몸이 안 좋았습니다. 코가 찡하고 콧물이 났죠. 약간의 몸살과 두통도 있었지만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아 독감 검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틀 후 열이 나더군요. 38.5도까지 열이 오르는 것을 보고 독감이다 싶었죠. 첫째는 안방에서 격리하고 있었고 제가 둘째를 데리고 아이들 방에서 잤는데 둘째한테 혹여나 독감을 옮길까 봐 마스크를 쓰고 잤습니다. 다음날 둘째를 등교시키고 나서 저는 첫째와 병원에 갔습니다. 첫째는 상태가 호전되어 등교해도 된다고 하였고, 저는 독감 검사를 받았습니다. 저도 A형 독감 당첨!
첫째를 안방 격리 해제시키고 이번엔 제가 안방 격리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출장 중이라 제가 유일한 보호자였기 때문에 아이들을 챙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밥 하고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챙기는데 힘에 부쳤습니다. 한 달 전 남편이 독감에 걸렸을 때와 비교되었습니다. 그때 그는 얼마나 꿀을 빨았던가! 마누라가 삼시세끼 그때그때 다른 메뉴로 맛있는 밥을 넣어주고 (사실 맛있었는지는 모름) 그는 육아며 집안일이며 해방되어 홀가분하게 요양하였는데 나는 고열로 앞이 깜깜하고 몸살로 몸이 쭈그러들면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운명!
그 와중에 둘째는 숨소리가 안 좋다고 하여 큰 병원에 가서 가슴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엑스레이를 보니 폐에 별 문제는 없다고 하여 다행이었습니다. 병원에서 두 시간이나 대기하느라 정신이 혼미했지만 어쨌든 아이가 괜찮다니 다행이지요.
11월에 떠난 남편이 12월에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사실 출장 기간은 1주일인데 날짜가 딱 그러하네요.)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에요! 첫째는 언제 아팠나 싶게 생생해졌고 저도 열이나 호흡기 증상은 사라진 상태입니다.
다른 해에 비해 혹독하게 겨울맞이 신고식을 치렀으니 남은 겨울은 부디 순탄하길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