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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22. 2024

근황

귓병이 도졌다.

귀가 먹먹하고 저음역대 난청이 생겼다. 내 목소리를 비롯한 모든 목소리가 음성변조처럼 들린다. 헬멧을 뒤집어쓴 듯이,  진공상태에 있는 것처럼 소리가 웅웅 울리고 멀게 느껴진다. 암흑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다.


2월 말부터 시작된 증상은 약을 먹어도, 고막에 주사를 맞아도 쉬이 호전되지 않는다. 누군가 얘기하는 소리가 소리라는 건 들리지만 언어로 또렷이 인식되지 않는다.



11년 전 처음 이 병이 발병했을 때 나는 무척 낙담했었다. 평상시에 청력이 원체 좋았던 나는 귀의 작은 변화도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작은 변화가 아니라 엄청난 변화였으니. 울리는 소리는 머릿속에서 증폭되어 신경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주변에서 회의하는 소리, 대화하는 소리가 나에겐 괴로움의 요인이었다. 결국 연차를 쓰다가 당시 안 쓰고 남겨뒀던 육아휴직을 썼었다.


몇 달을 쉬니 소리가 울리는 증상도 천천히 사라지고 귀가 꽉 막힌 듯한 이충만감도 덜해졌다. 청력도 회복되었다. 다만 한번 약해진 기관은 완전히 좋아지진 않는지 귀에서 물이 찼다 빠지는 듯한 소리는 10년간 계속되었다. 그래도 살 만했었다.


이번에는 복직하고 두 달 만에 증상이 발현되었다. 커피를 마시면 심해져서 커피도 끊고 귀에 좋지 않다는 알코올도 끊었다. 그러나 수면 시간의 부족, 기나긴 출퇴근 시간, 게다가 행사와 강의와 출장과 견학 지원 등 안 해본 일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난 사실 새로운 부서에서 하는 새로운 일들이 스트레스보다 재미로 느껴졌는데, 내 몸은 아니었나 보다. 계속된 강행군에 발악하는 걸 보면.


청력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에 우울하다. 마음을 편히 가져야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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