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Apr 23. 2024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올해 내 생일에 내 대학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배달의 민족 상품권을 선물했어. 엄마 배달의 민족이 뭔지 알아? 음식 배달할 때 주문할 수 있는 앱이야. 요즘 카카오톡으론 송금도 되고 선물하기도 되고 별거 별거 다 돼. 엄마가 카톡 선물하기 기능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네.


어쨌든 친구가 며칠 동안 내가 뭘 좋아할지 고민했대. 고민하고 고민해도 우리가 떨어져 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더래. 그 친구는 결혼하자마자 남편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있거든. 고민하다가 결국 워킹맘한테 유용할 거 같아서 배달 상품권을 선물해 준 거야.


그러면서 친구가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어.

치킨 좋아해? 치킨 뭐 좋아해?

커피는 스타벅스 좋아해?

너의 취향을 다 잊었어.


그 말에 갑자기 울컥해지더라. 사실 나도 친구가 뭘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


그런데 가까이 살면 서로의 취향을 알게 되나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닌 거 같아. 나는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거든. 엄마는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 얘기하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어. 엄마는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해?


우리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뭔지 곰곰 떠올렸더니 그래도 꽤 여러 개가 나왔어. 엄마는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하지. 특히 KBS 클래식 FM. 운전할 때나 집에서 주방 일할 때 KBS 클래식 FM을 주로 듣는 걸 알고 있어. 커피는 알커피를 타서 우유를 살짝 넣는 조합을 좋아하고. 엄마는 혼자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지. 그러고 보니 예전에 엄마랑 미술관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 같이 뮤지컬도 봤었고. 요즘엔 엄마랑 미술관이나 공연을 가본 적이 없었어.   


엄마는 나무를 좋아해. 여행 갔을 때마다 엄마는 “여기 나무 좀 봐봐.”라며 감탄하곤 했지. 나는 매번 별 감흥 없이 “어, 나무 오래됐네. 난 꽃은 이쁜 거 알겠는데 나무 멋있는 건 잘 모르겠던데.”라고 답했고. 좀 더 나이가 들면 나무가 눈에 들어오는 걸까? 꽃이 어느 순간 눈에 확 들어왔던 것처럼 말이야.


근데 엄마가 좋아하는 걸 떠올리다 보니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단 생각이 문득 드네. 나에 대해 엄마에게 얘기해주려 했는데, 나야말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 뭔지 모르겠다.


그냥 무색무취의 무난한 삶이 아니라 확실한 향기를 내며 사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서로의 향기를 서로에게 전해주며 살자, 엄마.


얼마 전 엄마랑 같이 먹은 샤브샤브
작가의 이전글 근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