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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Dec 14. 2021

손을 씻읍시다

귀갓길, 지하철역에서 마을버스로 환승하려는데 버스가 오기까지 10분이 남았다. 

밖에서 기다리기 추워서 정류장 근처 상가에 들어갔다. 

상가 문에 "통로에 서있지 마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기에 나는 통로가 아닌 깊숙한 데로 들어가 서있었다. 

그곳은 엘리베이터 앞이며 화장실 옆이었으나, 드나드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버스 앱의 알림을 켜두고 브런치 글을 읽고 있었다.

'아아, 사람들 글은 참 좋은데 내 글은 왜 재미도, 깊이도 없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과일 가게 아저씨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들어간지 20초도 지나지 않아 아저씨가 나왔다.

굉장히 짧은 시간임에 놀랐다.

'아니, 어떻게 하면 저렇게 빨리?' 하고 감탄할 지경이었다.

잠시 후 이번엔 통닭집 아저씨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역시나 20초도 안 된 시간 안에 나왔다. 


두 아저씨 덕분에 나는 내 글의 재미나 깊이에 대한 생각은 싹 잊고 아저씨들의 빛과 같은 용변의 속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저 정도 시간이면 손은 씻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저 과일 가게는 내가 군고구마도 사고 방울토마토도 사던 가게건만.

저 통닭집은 내가 좋아해서 몇 번 포장해 왔던 가게건만.

아저씨들, 일 보셨으면 손은 좀 씻고 나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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