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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19. 2021

엄마의 꿈은 뭐야?

얼마 전 유치원을 다녀온 작은 아이가 물었다.

"엄마,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엄마의 꿈은 뭐야?"

"엄마는 다 크긴 했는데... 글쎄, 엄마의 꿈은... 책 한 권 내는 거야."

"엥?"

아이의 "엥?"이란 말에 나는 당연히 다음에 이어질 말이 "엄마가 무슨 책을 내?"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엄마가 뭐가 다 컸다 그래? 엄마 아직 40살밖에 안 됐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폭소했다.

"아니, 40살이 다 큰 게 아니면 몇 살이 다 큰 거야?"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한다.

"40살보다 나이 많은 어른들 더 많잖아. 다 크려면... 한 50살? 50살 정도 되면 다 큰 거야."


나도 어릴 적에 엄마에게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꿈이 뭐야?"

엄마는 이렇게 대답하셨던 것 같다.

"엄마는 다 컸는데 뭐 되고 싶은 게 있어? 그냥 너희들 잘 자라는 게 꿈이지."


나는 그 대답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왜 꿈이 없지? 엄마의 꿈을 물어봤는데 왜 우리들이 잘 자라는 게 엄마의 꿈이지?'


30여 년이 흘러 같은 질문을 듣고 보니 나도 그 당시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다 컸는데 무슨 꿈이 있는가. 그냥 하루하루 사는 거지.


하지만 아이에게 그렇게 대답하고 싶진 않아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른이 되고 취업을 하면 혹은 가정을 이루면 안정이 되어 꿈은 어느 정도 사라진다.

그렇다고 해도 꿈이 없는 것은 아닐 거다.

직장 내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꿈, 퇴사하고 여행 다니며 살고 싶다는 꿈,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꿈 등등.


만약 내가 꿈이 없다고 대답했으면 우리 아이도 '우리 엄마는 왜 꿈이 없을까?'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내는 게 꿈이라고 대답해 보았다. 마침 그 때는 내가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까 말까 하던 시기였다. 꼭 책을 내는 게 아니더라도, 글을 써보는 데 의의를 두자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말하였다.   

평소 같았으면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답을 입으로 내뱉지 않았겠지만 용기를 내어 아이에게 내 꿈을 말해 보았다.


내가 다 크려면 아직도 10년이나 남았다고 아이가 말해 주니, 시간도 벌고 꿈도 응원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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