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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an 16. 2022

사진이 어렵다

브런치 글을 쓸 때마다

쓰고 싶은 글이 생각나면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이렇게 저렇게 정리한다. 생각에 몰입하면서

때로는 혼자 입꼬리를 올리며 웃기도 한다.


일단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노트북이나 핸드폰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머릿속 생각대로 그대로 쭉 써내려 갈 때도 있고 쓰면서 내용을 다시 구성하거나 고치기도 한다.


중간중간 저장을 하고 읽는다.

재미있는 것 같은데?

또는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글이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글이 완성되면 그다음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사진을 쓸까, 사진 없이 올릴까?

사진을 쓴다면 어떤 사진을 써야 할까?

글을 써놓고 사진을 찾거나 새로 찍으려고 하다가 발행까지 한참 걸린 적도 있었다.


브런치엔 좋은 글이 많이 있다. 글도 글이지만 글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사진을 볼 적마다  신기하다. 다들 글을 쓰면서 이미지도 같이 떠올리는 건지?


난 이미지에 취약한 편이다. 처음 만난 사람 얼굴은 잘 기억이 안 난다. 방금 만난 사람이 무슨 옷을 입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어릴 적엔 내가 범죄의 현장에서 목격자가 될까 봐 걱정했던 적도 있다. 나한테 범인의 몽타주를 그려보라고 하면 난 전혀 기억을 못 할 텐데.


동생과 여행을 갈 적마다 동생은 화를 냈다.

"난 언니 예쁘게 찍어주는데 내 사진은 왜 이렇게 찍어? 사진 좀 잘 찍어 달라고!!!"

나는 잘 찍는다고 찍는데 주인공의 일부분이 잘리기도 하고 귀퉁이에 다른 누군가 나오기도 한다. 실물보다 뚱뚱하고 짧게 찍는 건 다반사인데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눈에 보이질 않고 결과물이 나와 지적을 받을 때면 미안하다고 사과할 뿐이다.


사진 찍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으니 못 찍을 수도 있지, 란 순진한 생각이 깨진 건 최근에서다.


내가 회사 일이 힘들고 적성에 안 맞으니 동영상 편집 기술을 배워 유튜브 채널이나 잘 키워볼까 우스갯소리를 하자 회사 동기가 꽃꽂이 얘길 해주었다.

동기가 얼마 전에 꽃꽂이를 배웠는데 같은 꽃으로 만들어도 누구는 예쁘게 만들고 누구는 안 예쁘게 만들었단다. 안타깝게도 안 예쁜 결과물을 만든 게 바로 그 자신이었다는  것. 꽃꽂이 과정을 다 수료하여 기술은 배울 수 있었으나 감각만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언니, 내가 만든 게 별로고 딴 사람이 만든 게 예쁘단 건 보면 알아. 나도 아는데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몰라.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 따로 있더라. 디자인 하고 미술 하는 사람들이나 창의적인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랑 달라. 우리처럼 주어진 틀에서 조금씩 채워 넣고 틀을 조금씩 바꾸는 방식이랑 완전히 다르다니까."


아!

같은 발표자료를 만들어도 뭔가 뒤처져 보였던 게 내가 감각이 없어서였구나.

내가 찍은 사진이 구도며 색상이며 다 구렸던 것도 내가 감각이 떨어져서였구나.


이미지 시대를 넘어서 동영상 시대인 요즘, 나 같은 텍스트형 인간이 살기가 얼마나 고될지.

그나마 텍스트가 중심인 브런치니 나의 뒤떨어진 시각적 감각이 용인될 것이라 기대한다.


+ 제목 사진은 둘째 아이가 만들어준 클레이 반지. 아래 사진은 게임 캐릭터 키시미시와 허기워기.

둘째 아이는 그림과 만들기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서 작품 만들 때 색상을 드럽게도 따진다.

아 그냥 대충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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