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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똠또미 May 02. 2024

표현해도 모자랄 판에 : 2

나는 갑자기를 좋아한다

ENTJ/ENFJ 그놈의 J






원래부터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뭐든 갑자기 일을 벌이고 그걸 해결하고 수습해 나가는 과정 안에서 계획을 배우자 저절로 계획형 인간이 되었다.


계획한 일을 해나가다 보니 성취감을 얻게 되었고 내 계획대로 틀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원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극 J라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 주름잡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아침에 일어날 때 알람부터 전날 계획들은 시작된다.




계획대로 시작되는 처음은 날 기분 좋게 만들지만 가끔은 예측할 수 없는 돌발상황이나 능력 부족으로 인한 탈들, 실수, 좀 더 시간을 쓰고 싶은 아쉬운 마음 때문에 계획을 벗어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하루가 망쳤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생각해 보면 계획은 잘못이 없다. 계획은 적당히 필요하지만 이 계획도 따지고 보면 전부터 나 자신이 벌여놓은 일 때문에 생긴 계획이다.


시작할 당시에 갑자기 솟구치는 아이디어와 기대감,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과도한 자아팽창, 실패할지 모르겠다는 작은 불안감마저도 설레는 감정 뒤에 숨어서 새로운 감정인척 연기를 하며 일을 벌이라고 나를 유혹한다.


악마가 있다면 그건 내 맘 속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악마가 하는 유혹에 이끌리는 것도 나이며 설렘을 느끼고자 하는 행동에서 벌이는 돌발상황에 마음을 조리기도 하지만 그간의 고민을 행동으로 발생시키면 짜릿함을 느낀다.


갑자기 시작된 일본여행 타령과 그렇게 시작된 여행계획


미래에 웃으며 도전하길 잘했다며 함께 방방 뛸 내 안에 다른 천사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분 좋은 설렘을 가지고 계획을 만든다.


결국 계획은 갑자기에서 조종된 행동일 뿐 난 계획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자 좀 더 원하는 걸 하고 싶은 마음이 피어난다.




계획도 성공을 위한 이유에서 시작된 것들이지만 목표가 무너지면 계획도 와르르 무너진다. 역설적이게도 상담 공부를 하며 과도한 계획이 불러일으키는 실패감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한다는 이론을 알고 있음에도 나의 실생활에 적용을 못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계획에 대한 강박, 성취욕구가 강한 목표지향적인 사람, 자기 비관, 실패감과 낙담감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상담을 하면서 과한 목표설정과 빡빡한 루틴이 자신을 힘들게 하기 때문에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으면서 정작 나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


이상적인 미래는 좋다. 하지만 그 미래 때문에 내 욕구를 억누르며 과하게 채찍질하기는 싫다.




문득 봄이 언제 갈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세는 시간보다 갑자기 찾아올 준비를 하는 여름이 반갑기도 하고 떠나는 봄에 아쉬움을 느끼도 하며 여유로운 따뜻함을 느낀 오늘 아침.


새롭게 피어나는 장미가 여간 반갑다.

갑자기 마주치게 된 장미 몽우리에 빨간 잎을 내보일 준비를 하는 장미에 아름다움을 느낀 날. 이렇게 갑자기는 나에게 새로운 기분을 준다.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장미


종종 갑자기 벌어지는 이벤트에 쓴맛도 단맛도 느끼고 싶다. 갑자기는 어떤 결과를 불러낼지 모른다. 하지만 그 불안도 맛보고 싶다는 호기심과 설렘의 감정도 맛보고 싶다.

나는 참 갑작스러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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