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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똠또미 May 06. 2024

표현해도 모자랄 판에 : 3

나는 패션을 좋아한다

패션인플루언서 여자친구




내가 어떤 옷을 입던지 사람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도 난 옷을 입을 때 많이 신경을 쓰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입어야 좀 더 날씬해 보일지, 어떻게 입어야 좀 더 멋있다는 말을 들을지.

예쁜 옷을 입기보단 잘 어울리는 옷을 입어서 나를 더 표현하고 싶다.


난 언니를 미워하면서도 언니에게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또래보다 더 많은 옷스타일을 보며 패션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다.


사실 뚱뚱한 애가 어떤 옷을 입던지 뭐든 다 뚱뚱해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한들 나의 취향을 꺾어가면서 입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옷은 개인의 성격이나 취향, 직업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그런 지표를 가지고 나를 표현하기엔 너무 한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직업과 다른 옷 스타일에 반전을 느끼거나 누더기 같은 옷을 입었지만 헉하는 가격에 놀린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옷은 그 사람을 새롭게 평가하는 지표가 되는 것도 맞는 듯하다.


이런 옷은 나를 나타내는 단순한 지표나 심볼이기보단 나의 신체라는 도화지를 꾸밀 수 있는 미술도구와 같은 듯하다.




미술도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질감에 따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고르는 도구처럼 옷은 그날의 기분이나 날씨, 상황, 나의 신체 컨디션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듯하다.


긴 연휴 덕분에 운동을 쉬고 즐겁게 놀았던지라 통통하게 올라온 뱃살에 바지가 안 잠기던 오늘 아침.

오늘 같은 날은 뱃살을 숨길 수도 있지만 쌀쌀한 날씨 탓인지 뱃살보단 건강을 신경 쓰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은 타이트한 청바지와 흰 티를 입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 어떤 재료로 나를 꾸밀지 고민하는 외출의 시작이 즐거웠다.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 전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을 하며 영상통화로 옷이 어떤지 봐달라고 하며 같이 코디를 정할 때 즐겁다.


서로 옷을 좋아하기 때문에 서로가 가진 옷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예쁘고 멋진 옷에 칭찬을 해줄 때면 인정을 받은 듯하여 뿌듯해지기도 한다.


남자친구는 패션과 관련한 일을 하다 보니 현재 패션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연애 초반에는 다른 일을 하였지만 우리는 각자의 꿈을 좇아가다 보니 정말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게 되었다.


남자친구에겐 그게 패션이었고, 나는 패션을 좋아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남자친구를 갖게 되었다.


다들 남자친구가 패션 일을 해서 부담스럽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사실 나는 더 좋다. 어떤 옷을 입던지 이해를 해주는 그가 오히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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