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나를 모르기 때문에 설렐 수 있는 곳
여행을 생각한 순간부터 여행의 시작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여행을 위한 짐을 챙기는 순간부터 여행의 시작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정답이 없는 결론이지만 굳이 정답을 따지자면 자신의 생각이 정답이겠지 뭐.
나의 여행의 시작은 집 문을 나설 때부터가 여행이다.
등 혹은 손에 한 보따리의 짐을 가지고 나간 후 돌아올 때는 두 보따리가 되어서 집에 들어온다면 진정한 여행의 끝이 될 수 있다.
여행을 뜻하는 'travel'의 어원은 'travail'. 바로 고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사실 어원기 기초는 아주 먼- 과거에 있겠지만 그렇게 찾아볼 정도의 학문적 탐구 호기심이 높지 않기 때문에 고난 정도로 단어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개개인이 느끼는 여행에 대한 소감 혹은 생각들을 풀어볼까 한다.
누군가에게 여행은 고난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상에서도 외출 한 번에 준비할게 수두룩한 세상인데, 여행은 단순히 하루의 여정이 아니라면 가방이 꽉꽉 채워질 정도로 나를 보호하면서도 멋들어지게 표현하기 위한 옷들이 가득 찰 것이다.
또한 가족이 다 같이 놀러를 간다고 하면 나 자신만이 아닌 가족 전체를 위한 짐, 아이들 짐 등 모두를 위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을 위한 짐까지 챙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행을 가서는 어떤가?
여행을 떠나기 위한 이동 수단을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숙소와 관광 일정까지 모두 생각해 내야 하는 것들이 여행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여행은 행군을 하듯 무거운 짐을 한가득 안고 즐거움이라는 전투 목표를 깨기 위한 고난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여행이란 그런 고난마저도 느끼기 위하여 나를 새롭게 리프레쉬하러 가는 기회라 생각한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에서 나는 관광객으로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생동감 있게 사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나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런 설렘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그런 것일까?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서 가방을 열고, 양말과 속옷, 갈아입을 옷과 오래된 카메라, 화장품과 선글라스를 챙기면 모든 여행준비는 끝이 난다. 챙겨도 챙겨도 모자란 것 같은 가방에는 성에 찰 때까지 짐들이 욱여넣어져야 준비가 완료된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문 앞을 나설 때 쨍하게 비춰오는 이른 아침 햇살이 내 여행의 시작을 응원하는 듯 밝게 비추며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해주는 듯하다.
여행지에서 만나면 왜인지 모르게 나와 연고지 중 하나라도 통하는 관심사가 있으면 더 반갑다. 손뼉을 치거나 밝게 웃으며 더 친절을 베풀어 주는 그들의 모습에 기분 좋은 마음을 수백 번이나 갖고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적이 많다.
내가 두고 간 목도리를 챙겨준다거나 혼자 여행온 타인에게 즐거운 하루를 보내라며 인사를 해주기도 하고, 혼자 쓸쓸히 밥을 먹는 것 같다고 여겨진다면 다가와서 함께 밥을 먹자고 제안하던 사람들까지.
남들에겐 흔치 않을 수 있지만 나에겐 너무나 흔한 일이라 이런 친절함과 색다름이 나를 더 여행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객지에서 온 타인이 새로운 곳에서 숨 좀 쉬고 가겠다는 무언의 허락인 여행.
여행에서 느끼는 리프레쉬는 나의 생명 에너지를 채우고, 일상의 활력을 만들어 준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다음날 출근 걱정, 등교 걱정보다는 다녀온 그 순간의 경험을 조금 더 회상하며 여행의 뒷맛을 더 음미해 보는 시간은 어떨까?
나를 모르기 때문에 조금 더 매력적인 곳에서 난 여행자라는 역할로 연기를 한다. 순수한 눈빛과 행복한 표정은 그 누구보다도 더 따뜻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면모를 볼 수 있는 길인 여행.
여행에서 좀 더 나를 찾을 수 있었던 시간처럼 행복하길 바라며 오늘도 여행을 떠나려 한다.
여행 다음날의 걱정보다는 지금 그 여행에 충실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