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받을 수 없는 이유 : 5

질문 하나에 하루가 바뀌는 기적

by 똠또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직업을 갖고 어른이 되면 자유로울지 알았다.

하지만 자유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큰 노력이 따른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알아버렸다.


매일 허덕이는 하루에서 왜 이렇게 나는 고생하며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심보에서 올라오는 무자비한 행동.

바로 카드 긁기다.

점심시간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으면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이 들어서 종종 고민 없이 질러버리는 행동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만큼 나를 잘 챙겨주려는 나름의 노력이지만 막상 식사가 끝나면 비어버린 접시를 보면서 느껴지는 허탈감과 무지막지한 배부름은 노곤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런 여유를 가지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있지만 그 자유를 찾은 건 불과 1년 2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남들보다 이르면 이르다 할 수 있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을 위해서 졸업하자마자 낡은 경차를 중고로 하나 사버렸다.


그렇게 2023년 3월 모든 할부와 빚을 청산하고 지금은 그나마 나라에서 시행한 적금 덕을 보며 안정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사실 큰 경제적 자유랄 것도 없다지만, 마이너스 인생이던 애한테 그나마 통장에 쓸 돈이 있다는 건 정말 크나큰 감동이다.




20살 첫 대학, 연기과를 진학하여 연기를 한답시고 무대 만들기와 연기연습, 밤샘 실습 과제를 진행하다 보면 집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자취를 했다. 자취비용은 부모님이 내주셨지만 약육강식이 강한 우리 집에선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신조가 있다. 학생이라 일은 할 수 없지만 학생의 도리는 공부임을 알려주시던 부모님 말씀처럼 열심히 공부하며 학교에 열정을 쏟아붓자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휴학은 기본이요 대학을 자퇴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반 강제적인 노력이었다.


두 번째 대학은 사이버 대학이라 첫 대학보다는 여유로울뿐더러 학비 자체가 저렴해서 국가장학금이 나를 살려주었다. 하지만 여유가 있으면 그만큼 먹고살 궁리를 해야 하는 법. 단호한 부모님은 용돈을 줄 여유가 없으니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알아서 하라는 말을 하셨다. 사실 외벌이로 지금까지 키워주신 것만 해도 참 감사하기도 하고 우리 집 형편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의 이런 행동은 나도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래서 난 오전에는 학교 공부와 체력증진을 위한 운동. 점심엔 실습. 저녁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24시간 중 16시간을 밖에서 보내게 되었다.


대학원은 그럼 어떤가?

사실 지금까지 빚 하나 없이 대학교를 졸업해서 가능했던 도전 중 하나이기도 했다. 공부하면 쌓이는 학자금 대출도 누구에겐 큰 빚일 수 있지만 몸으로 부딪쳐 온 나에겐 못할 게 뭐 있냐는 단순한 고민 같았다.


원래 무식한 놈이 이기는 거라고 하던데 아마도 그 말은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무식한 경기도 촌년이 좀 배워보겠다고 나름 알바와 일을 병행하며 6개월 돌려 막기 적금을 부어서 아등바등 모아서 학비를 내자 다행히 무탈하게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배고프다는 나에게 클레이로 요리를 만들어준 아이들

대학생 때 쌓을 수 있는 낭만이나 워크캠프, 워크홀리데이 이런 거는 모른 채 그냥 무조건 출세하기 위한 노력으로 공부만 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밥벌이는 잘하겠거니 하는 막연한 기대로 살아왔다.


이렇게만 들으면 배부른 소리 아닌가 싶지만 사실 배부른 기억보단 배고픈 추억을 가지고 공부를 했던 것 같다. 하루에 18시간을 밖에 있다 보면 하루 3끼를 먹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 없는 가난한 대학생이 무슨 수로 3끼를 먹겠는가. 그냥 집에서 준비한 작은 주먹밥 하나에 작은 컵라면 하나, 저녁은 알바에서 주는 밥을 잔뜩 먹는다. 종종 횡재하는 날은 아르바이트 사장님이 사주시는 시원한 커피나 음료로 달콤함을 누리기도 한다.




종종 내 인생이 허탈하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세상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문득 내가 몸 담고, 일하며 생활하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물어본다.


"오늘 밥 먹었어?"


난 이 말이 왜 이렇게 따뜻하고 정겨운지 모르겠다.

하루가 너무 힘들고 길게 느껴지는 순간.

지옥과 같이 하루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고픈 배를 부여잡고 있을 때 물어보는 질문.


괜스레 어색해서 하는 질문일 수 있지만 어찌 됐든 상관없다.

안부를 묻는다는 것, 여유 있는 사람에게 존재하는 것처럼 근사하고 멋진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를 한 번쯤은 생각해 준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그 말, 지쳐서 그만 끝내고 싶은 순간에 나를 다시 기적처럼 일으켜 주는 말.

지쳐 있던 나에게 너무 간절했던 그 말이 나는 참 따뜻해서 좋다.


당신의 질문에 내 하루가 조금은 따뜻해졌어요.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