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존 (Lucky John)

5. 골동품 제임스

by 레드뷔

존과 피터는 버려진 지하철 선로를 따라 걸었다. 어두웠다. 피터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내내 지팡이를 휘두르며 점등마법을 외쳤으나, 불은 켜지지 않았다. 피터는 단단히 속았다 생각했는지 시티홀 역 승강장에서 홀까지 연결된 계단을 오르는 내내 씩씩댔다. 피터의 뒤를 따라 홀에 도착한 존은 홀 한쪽에 오래 방치된 대형 스크린을 발견했다.

“피터, 여기야? 네가 영화 봤다는 곳이?”

“어. 저걸로 봤지. 그나저나 제임스 이 자식을 어디서 찾지? 제임스! 제임스! 어딨어?”

피터가 제임스를 부르자 제임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대답했다. 피터는 씩씩거리면서 일일이 제임스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하지만 수많은 제임스 중에 존과 피터가 찾는 제임스는 보이지 않았다.

“젠장, 이 자식 어디 간 거야!”

피터가 숨을 헐떡이며 중앙 홀의 존에게 돌아왔다. 그때였다. 승강장 계단에서 누군가 비트박스 칙칙 거리며 올라왔다. 골동품 제임스였다. 다크서클 가득한 눈, 덥수룩한 머리에 턱까지 내려온 구레나룻, 마른 몸에 올챙이처럼 볼록 나온 배, 엉덩이골이 보일 듯 말 듯 내려 입은 청바지를 입은 그는 두 손을 입에 대고 요란한 비트박스를 칙칙대며 나타났다.

“너! 이 자식! 날 속였어!”

피터가 다짜고짜 제임스의 멱살을 잡아챘다. 제임스는 깜짝 놀란 눈으로 피터를 바라봤다.

“헤이, 친구! 무슨 일이야? 이거 놓고 얘기해!”

“뭐? 이 자식이 나를 속여놓고 ‘무슨 일이야’냐고?”

“친구, 진정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 자식, 작동도 안 되는 불량품을 나한테 팔았지! 그것도 300달러에!”

“오, 맙소사. 친구, 우리 아까 테스트해 봤잖아! 정확히 작동됐던 거 기억 안 나?”

“기억나지.”

“그런데 왜 널 속였다고 생각하지?”

“아니, 그건.”

“피터, 그건 네 연습이 부족해서 그런 걸 거야. 한 번 해봐. 내가 봐줄게.”

피터는 제임스 앞에서 마법을 시연해 보였다.

“로무스! 로무스! 봤지? 꿈쩍도 안 하잖아!”

“맙소사, 친구, 주문이 틀렸잖아! 이런 바.. 아, 아니야.”

“뭐? 지금 나한테 바보라고 하려고 했지?”

“누가? 내가? 아닌데.”

“바보라고 하려고 했잖아!”

피터의 눈이 이글거렸다.

“피터! 너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말해봐, 내가 친구한테 바보라고 말하는 그런 악마 같은 놈으로 보이냐고!! 어?!!”

제임스가 적반하장으로 더 크게 화를 냈다.

“아니, 네가 그럴 사람은 아니지.”

“난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우리 옆집 뚱보 존이 나한테 뭐랬는 줄 알아? 언젠가 한 번만 제대로 걸리면 나를 천사 곁으로 보내준 댔다고! 알아? 무려 천사라고!”

“천사면 좋은 거잖아.”

“내 말이 그 말이야! 내가 그만큼 좋은 사람이라는 거지!

앞으로 조심해! 알았지?”

“응, 미안해 제임스.”

피터는 뭐가 미안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제임스가 저렇게 불같이 화를 낸 걸 보면 분명 자신이 큰 잘못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사과했다.

“자, 피터, 잘 봐. 주문은 루모스야! 로무스가 아니고! 지팡이 좀 줘 봐. 자, 내가 하는 걸 잘 보라고. ...루모스!”

제임스가 지팡이를 들고 자신감 있게 외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루모스! 루모스!”

제임스가 몇 번을 더 시도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 봐! 나를 속였어!”

“오, 잠깐잠깐, 이것 참 왜 이러지? 아까는 분명히 됐었는데. 충분히 어둡지 않아서 그런가?”

제임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피터, 아까 내 방 앞 어두운 계단에서 다시 해볼까?“

“나를 속인 거라면 넌 무사하지 못할 거야 알지?”

피터가 커다란 몸을 한껏 부풀리며 눈을 부라렸다.

일행은 제임스의 방 쪽 비상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두웠다.

“자, 다시 한번 해볼게. 루모스!”

제임스가 비상계단 쪽을 향해 지팡이를 뻗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비상계단의 센서 등이 제임스의 팔을 감지해 불빛이 켜졌다.

“피터, 피터! 이거 봐! 되잖아!”

“어? 그러네? 근데 아까는 왜 안 됐지?”

피터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아마, 충분히 어둡지 않아서 그랬던 게 아닐까?”

“아냐, 아까 여기로 오는 어두운 터널에서도 해봤단 말이야.”

“그때는 주문이 틀렸잖아. 그리고 연습도 부족했고.”

“연습?”

“생각해 봐, 마법이 노력도 없이 그렇게 쉽게 된다면 개나 소나 마법사가 되지 않겠어?”

“그건 그렇지. 하지만, 난 빨리 마법을 쓰고 싶단 말이야!”

“알았어, 피터. 어쨌든 이 마법은 너랑 잘 안 맞는 것 같으니, 조금 쉬운 마법이 가능한 다른 지팡이로 교체해 줄게.”

“그건 연습 없이도 가능할까?”

“아마도? 그래도 최소한의 연습은 해야 하지 않을까?”

“알았어.”

“일단 내 창고로 가자고. 그나저나 네 뒤에 저 영감은 누구야? 왜 계속 우리를 따라다니지?”

제임스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존을 가리켰다.

“안녕하세요. 저는 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요?”

“제임스 씨 당신이 여기 시티홀 역에서 가장 현명하다고 들어서요.”

“흠흠, 내가 좀 스마트하긴 하지. 근데 무슨 일이쇼?”

칭찬을 들은 제임스는 금세 경계태세를 풀고 기분이 좋아져 우쭐대며 답했다.

“혹시나, 제 문제를 해결해 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흠흠, 제임스가 해결하지 못하는 건 없지.”

“잠깐! 제임스, 내가 먼저야. 알지? 내 문제부터 해결해 줘야지!”

“그럼 그럼, 피터. 제임스는 모두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지. 걱정 마. 피터가 먼저고 당신, 이름이 뭐라고요?

“존입니다.”

“그래 맞아, 존. 존은 두 번째로 해결해 주지.”

제임스는 자신을 따라오라는 허세 가득한 손짓을 하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제임스는 존, 피터와 함께 시티홀 역 밖으로 향했다. 밖은 어두웠다. 도시 최외곽의 밤거리를 무모하게 돌아다니는 사람은 그들 말고는 없었다. 그들은 도시의 경계부를 둘러싼 10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벽을 따라 이동해 버려진 건물들 중 하나로 들어갔다. 제임스가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켜자 가게 안을 가득 채운 온갖 옛 물건들이 드러났다. 오래된 기타, 드럼, 피아노, 지구본, 목각 인형 등 족히 천만년은 되어 보이는 물건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널브러져 있었다. 제임스는 한쪽 구석에 있는 박스를 뒤지더니 검은색 경찰곤봉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는 피터와 존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피터, 이건 정말 위험한 물건이야.”

“이게 뭔데?”

“이건 과거에 경찰들이 쓰던 마법 지팡이야.”

“응? 정말이야?”

“쉿! 목소리를 낮춰. 이건 정말 귀한 물건이란 말이야.”

“근데, 예전에는 경찰이 마법도 썼어?”

“그럼. 여기에는 엄청나게 강한 마법이 깃들어 있지. 이걸 사람에게 휘두르면 사람들이 쓰러진다고!”

“맙소사... 무시무시하군. 발동 주문은 뭔데?”

“스투포어(Stupor 상대를 기절시키는 주문)야. 바보(stupid)와 발음이 비슷하니, 조심해야 해.”

“스투포어라.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잘 봐! 스투포어라고 외치면서 이 곤봉으로 상대방을 내려치면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자, 여기 서봐. 내가 시범을 보여줄게. 스투포어!”

제임스는 주문과 함께 경찰봉을 휘둘러 제임스의 머리를 내려쳤다.

“아악! 아프다고!”

“봤지?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응. 그런 것 같네.”

피터가 마법에 맞은 머리를 만지며 답했다.

“피터, 네가 연습만 제대로 한다면 상대방을 한 번에 쓰러트릴 수도 있을 거야. 그만큼 강력한 마법이지.”

“단 한 번에 쓰러진다고?”

“그럼! 다만, 조건이 있어.”

“뭔데?”

“주문을 외치면서 힘껏 휘두르되, 상대방에게 직접 휘둘러야 한다는 거지. 내가 너한테 했던 것처럼.”

“멀리 있는 사람한테는 안 되는 거야?”

“피터, 이건 경찰들이 쓰던 마법 지팡이라고!! 잘못해서 무고한 시민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어?”

“오 맙소사!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지.”

“그래. 그렇기 때문에 사정거리가 짧은 거야!”

“오케이! 이번 마법은 내가 반드시 마스터해주겠어!”

피터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찰봉을 휘두르며 연습을 시작했다.

“피터, 피터! 멈춰! 여기 있는 물건들이 부서지면 어쩌려고 그래? 이건 다 보물이라고!”

“그래? 이게 보물이야? 보물은 소중히 다뤄야지.”

“밖에서 연습하는 게 어때?”

“그래. 그게 좋겠어.”

피터가 밖으로 나가자 제임스는 존을 보며 안심했다는 듯이 ‘휴~’하며 이마의 땀을 닦는 시늉을 해 보였다.

“자, 이제 존, 당신 차례군. 무슨 일이야?”

“저기 이거 말이에요.”

존이 올빼미 장난감을 꺼내어 보여줬다.

“오호! 이건 정말 놀랍군. 아주 귀중해 보여. 이건 아마 1900년대 중반, 그러니까 2차 세계대전쯤에 프라하에서 제작돼서 나쵸(나치)를 피해 숨은 그 고귀한 귀족들만 사용하던 그런 것이 틀림없어!! 그치?”

“음... 이건 그냥 메모리스틱 같아 보이는데요.”

“오! 그래! 메모리스틱 그럴 줄 알았지. 맞아.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는군. 영감이 아나 모르나 테스트해 본 거야. 근데 스틱은 어딨지?”

“글쎄요, 이 안에 있지 않을까요?”

“이 안에? 요 올빼미 새끼 안에? 이렇게 조그만데?”

존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올빼미의 머리를 몸통에서 분리해 보여줬다. 은색의 플러그 부분이 나타났다.

“맙소사, 이런 게 숨겨져 있었군. 근데 이건 어디에 쓰는 거지?”

“음... 예전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은데 자동차나 PC 아니면 TV에 꽂으면 음악이나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감이라 기억하는 게 많군. 아, 그래. 맞아. 이 네모 모양의 구멍을 어디선가 본 것 같아. 어디였더라… 그래, 거기야. ‘악마의 소굴’, 거기서 봤지.”

“악마의 소굴이라고요?”

“쉿! 목소리를 낮춰! 거긴 나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그렇군요! 역시 명성대로네요. 제임스 씨 당신은 모르는 게 없군요!”

“하하하. 별거 아니야 친구. 친구를 돕는 게 나의 기쁨이거든. 당신은 좀 늙어 보여서 친구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얼굴도 좀 쭈글쭈글하고 말이야. 어쨌든. 이 제임스만이 너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했지?”

“제임스 씨, 여기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것도 당신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존의 극찬에 제임스는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났다는 듯 그윽한 미소로 존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없이 호의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맙소사, 존, 우리는 친구잖아! 편하게 제임스라고 부르라고.”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지! 그리고 제임스는 친구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지금 바로 갈까?”

그들이 문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제임스는 하마터면 피터가 휘두르는 경찰봉에 맞을 뻔했다.

“피터! 뭐 하는 짓이야!”

“헉, 헉, 연습.”

피터가 땀을 뻘뻘 흘리며 답했다.

“피터, 이제 그만해. 그러다가 마나가 다 닳아서 죽겠어!”

“마나?”

“맙소사, 피터, 마법은 계속 쓸 수 없어. 마법을 쓸수록 너의 정신력이 소모되는 거야. 그걸 마나라고 하지. 너무 많이 쓰다가는 생명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물론 연습은 계속해야 하지만.”

“뭐? 난 죽기 싫다고! 나 어떡해? 어떡하냐고!!?”

“피터, 침착해! 다행히 마나는 조금 쉬면 돌아오게 되어 있어.”

“정말이지? 알았어. 그나저나 어디 가는 거야?”

“존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이 안에 뭔가 있거든. 이 ‘메모리 스틱’에. 하지만 진짜 스틱은 없다고.”

제임스가 올빼미 장난감을 손에 들고는 음흉한 표정으로 피터를 보며 말했다.

“나도 같이 가! 난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다고!”

“따라와.”

제임스가 자신만만한 걸음으로 앞장섰다. 존은 엉터리 마법 연습에 기진맥진한 피터를 보며 의심이 들었지만, 그를 믿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기에 할 수 없이 그를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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