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밴드에서 홈커밍데이를 마련해 선배들을 초대했습니다. 올해 신입생 중에서 새 멤버를 뽑았을 테고, 그 아이들이 22기로 활동하고 있는 중일 겁니다. 여전히 공연이나 행사 때마다 잊지 않고 참석하라는 문자를 보내주니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나이 마흔 넘어 대학생들을 만나러 가는 일이 쉽진 않죠. 이모뻘인 제가 '누나' 소리 듣는 것도 어색한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밴드에서 진행하는 첫 홈커밍데이라 용기 내서(?) 참석했습니다.
후배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명찰에 기수와 세션, 이름을 적었습니다. 그 순간, 후배들 사이에서 작은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그 장면을 보는 제 마음이 묘합니다.
아쉽게도 창단했던 동기들은 아무도 오지 못했지만, 그래도 2, 3기 후배들이 있어 다행이고 반가웠습니다. 혹시나 인사 같은 걸 시키지 않을까 싶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생각만 해서 갔습니다.
역시나 공연 시작 전에 소개받아 무대 앞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작은 라이브홀을 가득 채운 후배들 앞에서, 밴드를 계속 즐겁게 이어나가고 있어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베이스 기타는 드럼처럼 전체 곡의 템포와 분위기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적고, 일렉기타처럼 화려한 솔로 연주를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피아노처럼 반드시 필요한 악기도 사실 아니지요. 제가 생각하는 베이스 기타는 리듬악기와 멜로디 악기를 연결해 주는 매력적인 악기입니다. 앞에 나서지는 않지만 음악의 무게를 지탱해 주는 묵묵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없어도 연주는 가능하지만, 베이스 기타가 있으면 확실히 다른 음악이 되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베이스 기타가 저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리더를 묵묵히 도와주는 일을 좋아하고 잘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조화를 중시하고, 제가 없어도 일은 돌아가지만, 함께하면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지요. 아마 이렇기에 베이스 기타에 매력을 느끼고, 오랫동안 놓지 않고 계속 연주해 온 것 같습니다.
(물론 베이스기타도 화려한 연주가 가능합니다. 그저 제가 능력이 안 되는 것일 뿐이지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니 전공자분들의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된 베이스 기타.
오랜 시간 손에서 놓은 적도 있었지만, 다시 잡는 순간마다 몸이 기억해 내는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아이 둘 키우고 있는 마흔의 아줌마이지만, 베이스 기타를 연주할 때만큼은 다시 스무 살의 대학생이 된 듯 행복합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떤 우연이든 반드시 필연을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해서 우연을 쌓아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베이스 기타를 연주할 수 있을지 또한 궁금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