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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Mar 28. 2024

인자무적(仁者無敵), 어진 정치에는 대적할 자가 없다

문장 4. 양혜왕 상梁惠王 上1.5

문장 4


인자무적(仁者無敵), 어진 정치에는 대적할 자가 없다


#1.5 


양혜왕이 문득 쓸쓸한 표정으로 맹자에게 말했다. 

“진(晉)나라의 적통, 우리 위나라가 천하에서 막강하다는 것을 노선생도 아실 겁니다. 그런데 과인의 대에 이르러, 동쪽으로는 제나라에게 패해 전쟁에 나섰던 맏아들이 자결하게 되고, 서쪽으로는 진나라 상앙의 공격을 받아 하서 땅 칠백 리를 빼앗겼습니다. 남쪽에 있는 초나라마저 쳐들어와 우리 땅 여덟 고을을 앗아갔습니다. 정말 치욕스럽습니다. 이 전투에서 죽어간 이들의 원혼을 한꺼번에 씻어주고 막강한 힘을 되찾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땅이 사방 백 리인 나라에서도 왕정(王政)이 가능한데, 이 큰 위나라의 왕께서 어찌 그런 걱정을 하십니까? 왕께서 백성에게 어진 정치를 베푸시면 됩니다. 형벌을 최소화하고, 세금을 덜 걷으십시오. 밭을 갈 시기에 밭을 갈고 때에 맞게 김을 매도록 백성들을 동원하지 마십시오. 교육을 강화해서 젊은 사람들이 틈날 때마다 효제충신(孝弟忠信)하게 하여, 집에서는 자기 부모와 형제를 섬기고, 나가서는 어른과 윗사람을 섬기게 하십시오. 그러면 몽둥이밖에 없는 백성들이라도 진나라, 초나라의 기갑병대를 맞아 이길 수 있습니다. 진 나라, 초 나라는 법가의 통치를 따라 형벌이 너무 가혹하고, 전쟁을 일삼아 농사를 제때 지을 수 없어 부모를 공양하고 가족을 돌볼 수 없으니, 부모는 추위에 얼고 굶주리고, 형제와 처자식은 헤어져 흩어지고 있습니다. 저 나라들이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는데, 왕께서 가서 그들을 정복하고자 하면 어느 누가 왕께 대적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르기를 ‘어진 자에겐 대적할 자가 없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의심치 마시고 인정(仁政)을 베푸십시오!”


본문


양혜왕이 말하였다. “진나라가 천하에서 막강하다는 것을 노선생도 아십니다. 

梁惠王曰: “晉國天下莫强焉,1 叟之所知也. 양혜왕왈: 진국천하막강연, 수지소지야. 

과인의 몸에 이르러, 동으로는 제(齊)나라에 패하여 맏아들이 죽게 되었고, 서로는 진(秦)나라에게 칠 백리의 땅을 잃었고, 남으로는 초나라에 치욕을 당했습니다.  

及寡人之身, 東敗於齊, 長子死焉; 西喪地於秦七百里; 南辱於楚.2 급과인지신, 동패어제, 장자사언; 서상지어진칠백리; 남욕어초. 

과인은 이것이 치욕스러워,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比) (원한을) 모두(壹) 씻어주기(洒) 원하는데, 어떻게 하면 가능하겠습니까? 

寡人恥之, 願比死者壹洒之, 如之何則可?” 과인치지, 원비사자일세지, 여지가즉가?

맹자가 대답하여 일렀다. “땅이 사방 백 리(인 나라)여도 왕정(王政)이 가능합니다. 

孟子對曰: “地方百里而可以王. 맹자대왈: “지방백리이가이왕. 

왕께서 만일 백성에게 어진 정치를 베풀어, 형벌을 덜고(省), 세금 걷는 것을 줄이고, 깊게 밭을 갈고 때에 맞게[易] 김을 매게 하시고,

王如施仁政於民, 省刑罰, 薄稅斂, 深耕易耨; 왕여시인정어민, 성형벌, 박세렴, 심경이누;

젊은(壯) 사람이 쉬는 날에는 효제충신(孝弟忠信)을 수양하게 하여, 들어와서는 자기 부모와 형제를 섬기고, 나가서는 어른과 윗사람을 섬기게 한다면, 

壯者以暇日修其孝弟忠信, 入以事其父兄, 出以事其長上, 장자이가일수기효제충신, 입이사기부형, 출이사기장상, 

(고작) 몽둥이를 만들어 가지고도 진(秦)나라·초(楚)나라의 견고한 갑옷과 날카로운(利) 병기를 칠 수 있습니다. 

可使制梃以撻秦楚之堅甲利兵矣. 가사제정이달진초지견갑리병의. 

저들은 백성의 (농사) 때를 빼앗아, 밭 갈고 김 매 부모를 공양할 수 없게 하니,

彼奪其民時, 使不得耕耨以養其父母, 피탈기민시, 사부득경누이양기부모,

부모는 추위에 얼고 굶주리고, 형제와 처자식은 헤어져 흩어집니다. 

父母凍餓, 兄弟妻子離散. 부모동아, 형제처자이산. 

저들이 그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는데[陷溺], 왕께서 가서 그들을 정복하니 대저 누가 왕께 대적하겠습니까? 

彼陷溺其民, 王往而征之, 夫誰與王敵? 피함닉기민, 왕왕이정지, 부수여왕적?

그래서 이르길, ‘어진 자에겐 적이 없다’고 하니, 왕께서 의심하지 않으시길 청합니다!”

故曰: ‘仁者無敵’3, 王請勿疑!” 고왈: ‘인자무적’, 왕청물의!”



1. 진국(晉國)


혜왕의 자기 나라를 진(晉)이라 부르고 있다. 위(魏)나라가 진에서 갈라진 조(趙), 한(韓), 위(魏) 세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진(晉)나라는 춘추 시대 오패(五霸) 중의 하나였고, 전국 시대에 셋으로 갈리고 난 뒤에도 세 나라 모두가 일곱 개의 강한 나라, 칠웅(七雄)에 들었으니 진나라임을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게다가 진에서 갈라져 나온 세 나라 중 가장 강력한 나라가 위나라였다. 혜왕의 아버지 문후는 인재의 등용과 법가적 제도 혁신으로 주변의 작은 나라를 복속하며 패권을 자랑했다. 그러니 진의 위상을 그대로 이어받은 나라가 위(魏)나라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지금도 중국 섬서성(陝西省)을 표기하는 단어는 진(晉)이다. 자동차 번호판에 진(晉)이라고 또렷이 표시한다. 섬서성 지역의 역사 속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진나라라는 말이다.) 진국(晉國)으로 자기 나라를 표현한 것은, 뒤이어 나오는 자기 시대의 몰락과 대비된다. 


2. 위(魏) 나라의 치욕


혜왕의 시기에 와서 위나라는 여러 나라의 침략에 위태롭게 된다. 동쪽으로 제나라에 패하고 큰아들을 잃었다는 것은 유명한 마릉전투의 패배를 말한다. 아버지 대에 힘을 얻은 위나라는 혜왕 대에 이르러 동쪽의 한나라 등을 침략한다. 그 때 위(魏)의 책사는 방연이라는 사람이었다. 위기에 처한 한 나라는 자기 나라 동쪽의 강국(强國) 제나라에 도움을 청한다. 제 나라는 두 나라 사이의 전투를 지켜보다가, 두 나라가 지칠 무렵 10만 대군을 이끌고 손빈을 부장으로 삼아 위나라를 친다. 손빈은 유인책을 써서 방연의 위군을 유인하고 마릉에 매복해 위군을 궤멸시킨다. 마릉 계곡에 있는 큰 나무의 껍질을 벗겨 “방연은 이 나무 아래서 죽는다”라고 써놓고, 방연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횃불을 지피는 것을 신호로 공격을 개시해 방연의 군대를 궤멸시킨 것은 널리 알려진 고사(故事)이다. 그때 방연과 함께 출전한 태자 신(申)도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었고, 제에 끌려가 모욕을 당하기 전에 자결했다. 마릉전투의 패배로 위 나라의 위세가 꺾이자, 위(魏)에서 달아난 상앙(商鞅)을 등용해 힘을 키운 서쪽의 진(秦) 나라가 쳐들어와, 위의 하서 지역과 상군에 속한 15개 현과 성을 차지해버렸다. 상앙은 혜왕이 업신여겨 등용하기를 꺼렸던 사람인데, 그에게 수백 리 땅을 잃었으니 더 가슴 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이어 남쪽의 초(楚)도 위(魏)의 양릉을 쳐서 여덟 고을을 빼앗아 갔다. 

할아버지 문후가 이회, 오기 등을 등용하여 일으킨 위(魏)나라가 3대 만에 매우 약해지고 있었다. 거기에는 위(魏)의 지정학적 요소도 크게 작용했다. 위 문후 때는 주변의 약소 국가를 병합하며 힘을 기를 수 있었지만, 주변 작은 나라들이 복속된 다음에는 진(秦), 제(齊), 초(楚), 한(韓) 등의 강국과 국경을 마주하게 되었고, 강 대 강의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나라의 위세도 한풀 꺾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혜왕으로서는 자신이 조부(祖父) 때 일으킨 나라의 위상을 깎아 먹었다는 자책감을 가질 만했다. 그래서 ‘막강(莫强)’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전성기를 일시에 회복하고자 했다. 그렇게 하자면 어찌해야 할 지 맹자에게 묻고 있다. 


3. 인자무적(仁者無敵)


맹자의 답이 이 말에 담겨있다. 백성에게 어진 정치를 하는 왕에게 대적할 자가 없다는 말이다. 어진 정치로 백성을 다스리면 백성이 그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저절로 충성을 다하게 된다. 그런 백성이 전쟁에 나서면 당연히 사랑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게 마련이다. 그래서 몽둥이를 가지고도 진(秦), 초(楚)의 무장 병력을 이길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어진 정치라는 것은 무엇인가? 백성들이 제 할 일을 하며 살림을 풍족하게 하고, 서로 배려와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제때 농사짓고, 국가의 억압에서 해방되고, 충실한 교육을 받는데, 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을 백성은 없을 것이란 말이다. 위나라를 공격한 진나라, 초나라에서는 신상필벌(信賞必罰) 법가(法家)의 통치로 인해 백성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기에, 잠깐은 강병(强兵)으로 위나라를 이길지 모르나, 종국에는 인정(仁政)을 베푸는 나라로 백성이 모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심이 이긴다는 것이다. 

유명한 인자무적이란 말이 바로 여기 맹자에서 비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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