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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Apr 05. 2024

항산항심(恒産恒心), 백성을 풍족케 하고 충성을 바라라

문장 6. 양혜왕 상梁惠王 上  1.7-2

문장 6. 


항산항심(恒産恒心), 백성을 풍족케 하고 충성을 바라라 


# 1.7-2


“추나라 사람들이 초나라 사람들과 싸운다면, 왕께서는 과연 누가 이길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초나라 사람들이 이깁니다.”

“그렇다면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대적할 수 없고, 인구가 적은 나라는 많은 나라에 대적할 수 없고, 약한 나라는 강한 나라에 대적할 수 없습니다. 지금 중국 천하에 땅이 천리가 되는 나라가 아홉인데, 제나라가 가진 영토를 다 합쳐도 그 중 하나를 차지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를 가지고 나머지 여덟을 복속시키려 하는 것이니, 추 나라가 초 나라를 대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런 싸움은 멈추시는 것이 낫습니다. 그보다 왕이시여 근본으로 돌아가 시작하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이제 만약 왕께서 정치를 개혁하고 어진 정치를 베푸신다면, 천하에 벼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두 왕의 조정에서 벼슬하기를 원할 것이고, 밭 가는 사람들은 모두 왕의 들에서 밭 갈기를 원할 것이며, 상인들은 모두 왕의 시장에서 장사하기를 원할 것이고, 여행객들은 모두 왕의 길을 지나가기를 원할 것이며, 자기 군주를 미워하는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왕께 와서 호소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만약 이와 같이 되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혼미하여, 그런 경지까지 나아가지 못합니다. 바라건대 선생께서 나의 뜻을 도와, 밝게 나를 가르쳐 주십시오. 내가 비록 어리석지만, 한 번 그대로 시행하고자 합니다.”

“안정된 생업[恒産]이 없으면서도 일정한 도덕적 마음[恒心]을 갖는 것은 오직 선비만이 가능합니다. 백성들로 말하자면 안정된 생업이 없으면 그로 인해 일정한 마음도 없어집니다. 진실로 일정한 마음이 없어지면, 방탕하고 편벽되고 사악하고 사치하며 못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그들이 죄에 빠지게 되어서 연후에 쫓아가 처벌한다면, 이는 그물을 쳐놓고 백성들을 잡는 것입니다. 어찌 어진 사람이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 그물을 쳐놓고 백성들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현명한 임금은 백성들의 생업을 마련해주되, 반드시 그들로 하여금 우러러 부모를 섬기기에 충분하고, 굽어보아 처자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하며, 풍년에는 내내 배불리 먹고, 흉년에도 굶어 죽는 것을 면하도록 해줍니다. 그렇게 한 후에 그들을 선한 길로 가도록 이끌어가야 백성들이 따라가기가 용이합니다. 지금은 백성들의 생업을 마련해주어도, 우러러 부모를 섬기기에 부족하고, 굽어보아 처자를 먹여 살리기에 부족하며, 풍년에도 내내 고생하고, 흉년에는 죽음을 면하지 못합니다. 이러고서야 자기 목숨 하나 구해내기조차 힘이 모자랄까 두려운데, 예와 의로 다스릴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왕께서 인정을 베풀려 하신다면, 어찌하여 근본으로 돌아가지 않으십니까? 집마다 5무의 땅에 뽕나무를 심으면, 쉰이 넘은 사람들이 비단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닭과 돼지와 개 등 가축을 기르는데 때를 놓치지 않으면, 일흔이 넘은 이들에게 걱정없이 고기를 먹일 수 있습니다. 집집마다 100무의 밭을 주어 그 농사의 때를 빼앗지 않는다면, 여덟 명의 식구를 가진 가족이 굶을 일이 없을 것입니다. 상(庠)과 서(序)와 같은 학교에서 가르치는데 힘쓰고, 거듭해서(申) 효제(孝悌)의 의(義)를 가르치면, 반백이 된 사람이 길에서 무거운 짐을 이고 지지 않을 것입니다. 노인들이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모든 백성들이 추위에 떨지 않고 굶주리지 않게 하면 누구나 훌륭한 왕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본문


(맹자가) 말했다. “추나라 사람들이 초나라 사람들과 싸운다면, 왕께서는 과연 누가 이길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曰: “鄒人與楚人戰, 則王以爲孰勝?” “왈: ”추인여초인전, 즉왕이위숙승?“

(왕이) 말했다. “초나라 사람들이 이깁니다.”

曰: “楚人勝.” 왈: “초인승.”

(맹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대적할 수 없고, (인구가) 적은 나라는 많은 나라에 대적할 수 없고, 약한 나라는 강한 나라에 대적할 수 없습니다. 지금 바다 안에(중국 천하에) 땅이 천리가 되는 나라가 아홉인데, 제나라가 가진 영토를 다 합쳐도 그 중 하나를 차지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를 가지고 여덟을 복속시키려 하는 것이니, 추나라가 초나라를 대적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러니 왕이시여) 어찌하여 근본으로 돌아가 시작하지 않으십니까? 이제 만약 왕께서 정치를 개혁하고 어진 정치를 베푸신다면, 천하에 벼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두 왕의 조정에서 벼슬하기를 원할 것이고, 밭 가는 사람들은 모두 왕의 들에서 밭 갈기를 원할 것이며, 상인들은 모두 왕의 시장에서 장사하기를 원할 것이고, 여행객들은 모두 왕의 길을 지나가기를 원할 것이며, 자기 군주를 미워하는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왕께 와서 호소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만약 이와 같이 되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曰: “然則小固不可以敵大, 寡固不可以敵衆, 弱固不可以敵强. 海內之地方千里者九, 齊集有其一. 以一服八, 何以異於鄒敵楚哉? 蓋亦反其本矣. 今王發政施仁, 使天下仕者皆欲立於王之朝, 耕者皆欲耕於王之野, 商賈皆欲藏於王之市, 行旅皆欲出於王之塗, 天下之欲疾其君子皆欲赴愬於王. 其若是, 孰能禦之?” 왈: “연즉소고불가이적대, 과고불가이적중, 약고불가이적강. 해내지방천리자구, 제집유기일. 이일복팔, 하이이어추적초재? 함역반기본의. 금왕발정시인, 사천하자개욕림어왕지조, 경자개욕경어왕지야, 상고개욕장어왕지시, 행려개욕출어왕지도, 천하지욕질기군자개욕부소어왕. 기약시, 숙능어지?”

왕이 말했다. “나는 혼미하여, 그런 경지까지 나아가지 못합니다. 바라건대 선생께서 나의 뜻을 도와, 밝게 나를 가르쳐 주십시오. 내가 비록 어리석지만, 한 번 그대로 시행하고자 합니다.”

王曰: “吾惛, 不能進於是矣, 願夫子輔吾志, 明以敎我. 我雖不敏, 請嘗試之.” 왕왈: “오혼, 불능진어시의, 원부자보오지, 명이교아. 아수불민, 청상시지.”

맹자가 말했다. “안정된 생업[恒産]이 없으면서도 일정한 (도덕적) 마음[恒心]을 갖는 것은 오직 선비만이 가능합니다. 백성들로 말하자면 안정된 생업[恒産]이 없으면 그로 인해 일정한 마음도 없어집니다.1 진실로 일정한 마음이 없어지면, 방탕하고, 편벽되고, 사악하고, 사치하며, 못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그들이 죄에 빠지게 되어서 연후에 쫓아가 처벌한다면, 이는 그물을 쳐놓고 백성들을 잡는 것입니다. 어찌 어진 사람이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 그물을 쳐놓고 백성들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현명한 임금은 백성들의 생업을 마련해주되, 반드시 그들로 하여금 우러러 부모를 섬기기에 충분하고, 굽어보아 처자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하며, 풍년에는 내내 배불리 먹고, 흉년에도 굶어 죽는 것을 면하도록 해줍니다. 그렇게 한 후에 그들을 선한 길로 가도록 이끌어가야 백성들이 따라가기가 용이합니다. 지금은 백성들의 생업을 마련해주어도, 우러러 부모를 섬기기에 부족하고, 굽어보아 처자를 먹여 살리기에 부족하며, 풍년에도 내내 고생하고, 흉년에는 죽음을 면하지 못합니다. 이러고서야 자기 목숨 하나 구해내기조차 힘이 모자랄까 두려운데, 예와 의로 다스릴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왕께서 인정을 베풀려 하신다면, 어찌하여 근본으로 돌아가지 않으십니까?2 집마다 5무의 땅에 뽕나무를 심으면, 쉰이 넘은 사람들이 비단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닭과 돼지와 개 등 가축을 기르는데 때를 놓치지 않으면, 일흔이 넘은 이들에게 (걱정없이) 고기를 먹일 수 있습니다. (집집마다) 100무의 밭을 주어 그 (농사의) 때를 빼앗지 않는다면, 여덟 명의 식구를 가진 가족이 굶을 일이 없을 것입니다. 상(庠)과 서(序)(와 같은 학교)에서 가르치는데 힘쓰고, 거듭해서(申) 효제(孝悌)의 의(義)를 가르치면, 반백이 된 사람이 길에서 (무거운 짐을) 이고 지지 않을 것입니다. 노인들이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여느 백성들이 추위에 떨지 않고 굶주리지 않게 하고서도, 왕 노릇 못한 사람[不王者]은 지금껏 있지 않았습니다.”

曰: “無恒産而有恒心者, 惟士爲能. 若民, 則無恒産因無恒心. 苟無恒心, 放辟邪侈, 無不爲已. 及陷於罪, 然後從而刑之, 是罔民也. 焉有仁人在位, 罔民而可爲也? 是故明君制民之山, 必使仰足以事父母, 俯足以畜妻子, 樂歲終身飽, 凶年免於死亡, 然後驅而之善, 故民之從之也輕. 今也制民之産, 仰不足以事父母, 俯不足以畜妻子, 樂歲終身苦, 凶年不免於死亡. 此惟救死而恐不贍, 奚暇治禮義哉? 王欲行之, 則盍反其本矣. 五畝之宅樹之以桑, 五十者可以衣帛矣; 鷄豚狗彘之畜無失其時, 七十者可以食肉矣; 百畝之田勿奪其時, 八口之家可以無飢矣; 謹庠序之敎, 申之以孝悌之義, 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 老者衣帛食肉, 黎民不飢不寒, 然而不王者未之有也.” 왈: 무항산이유항심자, 유사위능. 약민, 즉무항산무항심. 구무항심, 방벽사치, 무불위이. 급함어죄, 연후종이형지, 시망민야. 언유인인재위, 망민이가위야? 시고명군제민지산, 필사앙족이사부모, 부족이휵처자, 락세종신포, 흉년면어사망, 연후구이지선, 고민지종지야경. 금야제민지산, 앙부족이사부모, 부부족이휵처자, 낙세종신고, 흉년불면어사망, 차유구사이공불섬, 해가치예의재? 왕욕행지, 즉합반기본의. 오무지택수지이상, 오십자가이의백의; 계돈구체지축무실기시, 칠십자가이식육의; 백무지전물탈기시, 팔구지가가이무기의; 근상서지교, 신지이효제지의, 반백자불부대어도로의. 노자의백식육, 여민불기불한, 연이불왕자, 미지유야. 



1. 항산항심(恒産恒心)


백성들에게 일정한 재산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덕스럽고 충실한 삶을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항산항심을 강조한 맹자의 말은, 유가가 단순히 도덕원리를 강조한 유파가 아니라 실질적인 통치의 원리를 주장한 유파임을 확인해준다. 

이 논리는 관중이 일찍이 주장했던 것이다. 관중은 말했다. “창고에 물자가 풍부해야 예절을 알게 되고,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 백성의 삶을 풍족하게 한 연후에야 도덕성을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맹자가 말했듯,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백성을 죄로 몰아넣는, 그물을 쳐놓고 잡아들이는 모순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실용적 정신을 관중 같은 실용주의자 뿐 아니라 유가도 따르고 있었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후로도 중국의 대표정신은 어떤 유파이건 항산항심의 원리가 된다. 지금의 공산화 중국에서 ‘중국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중국 국민의 안정된 부를 추구하는 것도 이런 정신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항산항심을 강조하는 맹자 사상은 우리 조선조에도 면밀히 이어져, 조선 후기 성군(聖君)으로 일컬어지는 정조도 늘 항산항심을 염두에 두고 정치를 했을 정도이다. 원래 조선이 맹자의 정신으로 건국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정조는 1789년 새해, 모든 신하들에게 “맹자는 항산이 있으면 항심이 있다고 했다. 생업을 잘 꾸려 재산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은 물건을 베푸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온 나라 안 백성이 농업에 힘쓰고 부역과 세금을 가볍게 매겨 위로는 부모를 섬기고 아래로는 처자를 부양하여 절박한 고통은 없이 편안히 삶을 영위하는 즐거움을 누린다면, 백성의 생업는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풍족하고 백성의 마음은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안정될 것이다”([홍재전서] 권30)라고 한 바 있다. 맹자의 정신이 조선조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고, 좋은 임금의 정신이 맹자로부터 비롯함을 실감할 수 있다. 

이 정신은 오늘 우리 삶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국민을 부유하게 하고 도덕을 요구해야 나라가 건강해진다는 건 지금도 변함없는 진리이다. 


2. 본질로 돌아가라


맹자건, 그의 스승 격인 공자건 유가의 지도자들은 항상 본질을 이야기한다. 사람의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사랑과 정의의 마음을 깨우친다. 유가의 가르침이 힘이 있는 이유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과 정의의 마음을 펼치고 싶어한다. 여러 환경과 조건 때문에 그것을 마음껏 펼치지 못할 뿐이다. 유가는 늘 바르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의 선한 욕망을 자극한다. 그것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지향점일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정점이다. 그래서 수천 년이 흐른 지금도 공맹의 가르침은 울림이 있다. 아직 우리가 그 본질을 이룩하지 못했고, 이룩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인의(仁義)의 완성을 위해 쉼 없이 노력하는 삶이 아름다운 한, 유가의 가르침은 사라지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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