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7. 양혜왕 하梁惠王 下2.6
문장 7
이번에는 맹자가 제선왕에게 먼저 물었다.
“왕의 신하 중에 한 사람이 처자를 벗에게 부탁하고 초나라로 유람을 했는데, 돌아와서 보니 그 벗이 자신의 처자를 엄동설한에 떨며 굶게 하였습니다. 왕께서는 그 벗이라는 자를 어찌하시겠습니까?”
왕이 대답했다.
“그런 벗이라면 절교해야지요.”
맹자가 다시 물었다.
“송사를 담당하는 벼슬아치가 자기 밑에서 일하는 관료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왕이 대답했다.
“그런 사람은 잘라야지요.”
맹자가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지으며 또다시 물었다.
“임금이 해야 할 일이 사방의 국경(四境) 안을 잘 다스리는 것인데, 그것이 잘되지 않으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갑자기 할 말을 잃은 왕이 좌우를 돌아보며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렸다.
맹자가 제선왕에게 말했다:
孟子謂齊宣王曰: 맹자위제선왕왈:
“왕의 신하 중에 처자를 벗에게 부탁하고 초나라로 유람한 자가 있는데,
“王之臣有託其妻子於其友而之楚遊者, 왕지신유탁기처자어기우이지초유자,
그가 돌아올 때쯤 (보니) 그 처자를 얼고 굶주리게 했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比其反也, 則凍餒其妻子, 則如之何?” 비기반야, 즉동뇌기처자, 즉여지하?
왕이 말했다: “그를 버리겠습니다.”
王曰: “棄之.” 왕왈: 기지.
(맹자가) 말했다. “사사(士師, 송사를 담당하는 벼슬)가 관료[士]를 다스리지 못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曰: “士師不能治士, 則如之何?” 왈: 사사불능치사, 즉여지하?
왕이 말했다: “그를 그만두게 하겠습니다.”
王曰: “已之.” 왕왈: 이지.
(맹자가) 말했다. “사방의 국경(四境) 안이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어찌하시겠습까?”
曰: “四境之內不治, 則如之何?”1 왈: 사경지내불치, 즉여지하?
왕이 좌우를 돌아보며 다른 것을 말하였다.
王顧左右而言他. 왕고좌우이언타.
이번 문장은 어려운 부분이 없다. 살아가는 상식에 근거해,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례를 점층적으로 제시하며 왕을 압박하고 있다. 처자를 맡겼는데 그들을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하는 친구는 어찌하겠냐고 묻자, 왕은 아무 고민 없이 버려야 한다고 대답한다. 송사를 담당하는 관료가 해당 관료들에게 상벌을 내리지 못한다면 어쩌겠냐고 묻자, 또 왕은 아무 고민 없이 잘라버리겠다고 한다. 두 번의 대답을 듣자마자 맹자는 본래 하고 싶었던 질문을 던진다. 왕이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어찌하겠느냐고. 아무도 버릴 수도, 자를 수도 없는 왕이라는 자리는 얼마나 책임이 막중하냐고. 왕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지 못하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맹자는 특유의 비유적 논법을 사용하여 제선왕을 압박하고 있다.
이 압박에 제선왕은 자못 못 들은 척 좌우를 살피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 맹자의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솜씨에 놀란 모습이다. 왕이 딴청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나마 학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제선왕이니 이 정도였을 것이다. 그 옛날, 시퍼런 계급 사회, 왕 앞에서 너무도 당당한 맹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