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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Jul 02. 2021

이미지 제국

건륭제의 문화 프로젝트, 이은상. 산지니. 2021



중국은 지금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하느라 온 나라가 떠들썩한 모양이다.

 배면에 존재하는 중국의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 조용, <이미지 제국 - 건륭제의 문화프로젝트>(이은상, 산지니) 읽는다.

지금의 중국이 과거 얼마나 거대한 제국이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실감하는 현대사 안에서 중국은 죽의 장막 속에서 가난과 싸운 개발도상국에 지나지 않으니까.

이 책은 가장 넓고 강성했던 청의 전성기, 건륭제 시대에 생산된 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 제국이 얼마나 스펙터클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령 황제의 권위를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일화,

2미터가 넘는 옥을 신강 위구르 지역에서 북경으로 그대로 옮긴 과정을 들여다보자.


"북경고궁박물원에는 현존하는 중국 최대의 옥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높이가 2미터 24센티미터, 너비 96센티미터, 받침대의 높이가 60센티미터, 무게는 무려 5톤이 넘는 5,350킬로그램에 이르는 대형 조각품이다. 이 옥 조각품은 1778년에 지금의 신강 위구르 자치구에 있는 화전의 밀륵탑산에서 발견되어 채취한 청옥으로 만들었다. 5톤이 넘는 이 거대한 옥돌은 100필의 말들이 앞에서 끌고 100명의 인력이 뒤에서 미는 대형 수레에 실려 신강에서 북경으로 옮기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옥돌을 옮기기 위해 강이 있으면 다리를 놓았고, 산이 있으면 산을 깎아 길을 만들었다. 겨울에는 길가에 우물을 파서 그 우물물을 길어 땅바닥에 뿌려 길을 얼음판으로 만들고 썰매를 끌어 옥돌을 옮겼다. 이 옥돌은 건륭 46년인 1781년에 북경에 도착했다. 이 웅장한 옥돌을 쪼개어 술잔 같은 하찮은 기물들을 만드는 것은 지나친 낭비라 생각한 건륭제는 내무부 조판처에 명하여 자금성 내부에 소장하고 있는 송나라 때 그린 족자 그림 <대우치수도>를 이 거대한 옥돌에 조각하게 했다. 우 임금은 그의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홍수를 다스린 중국의 전설적인 통치자이다. 그래서 우 임금은 중국의 역대 통치자들에게 백성들에게 헌신한 통치자의 전형으로 비춰졌다." (184-185)


조선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능력도 안 되었겠지만, 이런 일을 하는 임금은 탄핵당해 쫓겨났을 게다.


건륭제는 보편군주로서 '천하'의 지배자임을 표상하기 위해 다양한 이미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책에 소개된 것 중 대표적인 것을 예를 들자면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나라와 민족의 특징을 그린 '황청직공도'를 들 수 있다.

조선부터 시작해서 중앙아시아의 국가들과 멀리 유럽의 국가와 민족들까지 사해의 나라와 민족의 자신들의 지배 아래 있고

건륭제는 그들을 다스리는 군주라는 설정이다.

북경의 원명원이라는 정원도 그런 작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안에 중국의 유명 정원들을 그대로 복제하여 들여놓고, 베르사유를 본뜬 서양루까지 만들었다.

원명원은 사해의 축소판이고 이 또한 청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구 열강의 침탈 속에 처참히 부서져 버린 원명원의 모습은 중국 민족에게 큰 아픔을 준다.


현재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지속적으로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또다시 제국을 꿈 꾸는 것 같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이라는 것을 제국몽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싶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00년 간 세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수준의 나라로 중국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다음 100년 동안 새로운 '황청직공도'를 그리는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만 해도 그 시절의 조선이 아니고

세계는 다극화 체제가 된 지 오래이니 말이다.


그나 저나 옛날 영광을 구가하던 나라들의 집착에 대해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우리를 식민지로 삼으며 세계에 도전장을 던졌던 일본이

우리나라의 발전을 배아파 하면서 무역 도발을 했다가 오히려 되치기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

과거의 영화에 발목이 잡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중국도 살 만 해지니 우리 경제, 문화의 발전을 시기하고 공격하기 일쑤다.

일개 조공국이 자기들과 어깨를 맞대니 화가 치미는 모양이다.  

중국 공산당이 옛 영화를 회복하려 하지 않고 마르크스의 이념대로 사해의 평등을 위해 일할 수는 없을까.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한 시진핑 주석의 연설을 보면 쉽지 않을 듯 싶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중국 공산당이 단결해 중국 인민을 이끌고 신민주주의 혁명의 위대한 업적을 일궜다 ... 중국 인민이 일어서고 있으며 중화민족이 지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중국 인민은 어떤 외세도 우리를 괴롭히고 압박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망상을 하면 14억이 넘는 인민이 피와 살로 쌓은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


'원명원'을 재건하고 다시 파괴되는 일은 없게 하겠다, 그런 말로 들린다.


옛 영화를 중심으로 현재를 재편하려는 주변 국가들을 보면서

그리워할 영광이 없는 우리나라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뭘 이룩하건 그건 다 새롭고 놀라운 일이고 고마운 일이니 말이다.

집착할 과거가 없다는 것은 우리의 큰 장점이 아니고 뭐겠는가.

우리라도 새롭고 가치 있는 일에 힘을 쏟는 나라가 되기를,

그래서 진정한 '신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신경제'를 구현해서

평화롭게, 그러면서도 힘있게 주변국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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