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8월 29일
나의 퇴근길. 별 대신 가로등 불빛과 헤드라이트가 하나둘 머릿수를 헤아리기 시작하네.
오염과 汚辱과 오역에 적응된 날들,
문득 서늘한 바람과 함께 새로운 계절이 슬쩍 찾아와 툭 친다.
아 그렇지.
완전하지 않은 하늘로부터 완전함을 보게 해 주었던 너는,
어쩌면 너무나 옛날 얘기야.
그럼에도 새로운 계절이 오지 않는 건
이제 더 이상 그러한 마법을 믿지 않아서일까.
이때에도 난 아무렇지 않게도
그저 나 자신으로 잘 살아간다는 사실에 슬퍼.
아름다움과 열기가 사라진 자리에 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슬프지 않다는 사실이 슬퍼
슬프지 않다는 사실조차 잊어간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