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 속 고도

고도를 기다리며.. NO.289

by 고태환



정아가 출산휴가에 들어가면서 우리집으로 배송되는 택배가 늘었다.

우선 고도가 사용하던 소모품(기저귀, 분유, 물티슈 등..)과 곧 태어날 은기의 출산용품 등 자잘한 택배가 자주 오는 것 같다.

택배 기사님이 벨을 누르면, 고도는 신이 나는듯 보인다.
벨이 눌림과 동시에
"띵동! 네~"
라고 말하며 현관으로 달려가는데,
아마도 장모님께서 띵동 하고 의성어를 알려주신듯 하고,
택배가 오면 네~ 하고 대답하고 현관으로 가는것을 연결한 말인 것 같다.

한번은 CJ 택배기사님께서 현관 앞에서 짐을 건내고 돌아서다가 문에 부딪친 적이 있었는데,
이후 그분이 택배를 건낼때마다 고도가 알아보고는
"띵동! 네~ 아저씨 아얏."
이라고 말하며 두눈을 질끈 감고 두손을 머리로 가져간다.
재밌는 연출이다.





택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택배 상자가 집에 모인다.
고도는 그 다양한 크기의 상자에 모두 들어가보려 하는데,
가끔 크기가 작은 택배가 오면 한발을 상자안에 넣고,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아기 쏙~"
이라고 떼를 쓴다.
정아가 옆에서, 이건 작아서 아기가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해주어도 한동안은 "아기 쏙~" 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떼를 쓴다.
이 후 (녀석이 들어갈수 없다는걸 인지한건지 혹은 엄마의 고집에 꺽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단념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 순간 녀석은 작은 상자를 향해 몸을 굽혀 힘들게 머리를 집어 넣는다.
딱딱한 바닥이 아팠을텐데..
아마도 이 행위는 상자에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기 위한 녀석의 마지막 자존심(혹은 타협안)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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