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내 인생 최고의 닭갈비 한가네
부인님과 나는 둘 다 닭을 좋아한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는 둘이서 치맥을 자주 먹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맛있는 닭갈비는 찾기가 힘들다. 어딜 가나 있는 프랜차이즈 닭갈비는 그냥 먹을만한 수준이지 먹으면서 맛있다고 호들갑 떨면서 먹기는 힘들다. 그런데 내가 먹어본 닭갈비 중에 가장 맛있는 닭갈비가 연신내에 있다. 한가네 닭갈비를 만난 건 저녁때가 다 되어가던 우리 부부가 슬슬 배고파지려고 하는 무렵이었다. 역시 부인님의 화려한 검색 능력으로 집에서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맛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닭갈비 집이 있다는 것이었다.
가보니 지나가면서 간판을 수도 없이 봤던, 겉에서 보기에는 약간 촌스러워 보이는 아저씨들이 좋아할 거 같은 그런 가게였다. 그런데 여기를 알고 나서는 다른 닭갈비를 먹을 수가 없었다. 한가네 닭갈비는 분명히 국내산 생닭을 사용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맛이 날 수가 없다. 내가 워낙 닭 요리를 좋아해서, 가끔 집에서 찜닭을 해 먹곤 했다. 그런데 마트에서 파는 신선한 생닭으로 찜닭을 하면, 어지간한 프랜차이즈 찜닭보다 훨씬 맛있다. 특히 양념은 모르겠지만 그 부드러운 육질이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여기서 저녁만 먹고 나면 그 다음날 배가 아프다. 사실 음식 자체가 매운 것도 아니다. 아예 맵지 않은 소금구이도 있지만, 양념이 있는 게 좋아서 양념 닭갈비나 혹은 철판 닭갈비를 시키면 먹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침에 속이 조금 쓰린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걸 그새 잊고 또 달려가는 나를 발견한다. 하루 배 아프고 말지.
날씨가 좋은 날이면 밖에서도 먹을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식당 밖에서 음식 먹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연신내 거리에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들 보며 입에 밀어 넣는 한 점도 그 나름 운치가 있다.